[새경제팀 출범 중간성적표]현대사태 해결로 일단은 연착륙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36분


<<새 경제팀이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 색깔과 정책 방향을 상당부분 밝혔다. 개각 당시 첫 이미지는 팀플레이에 상당히 역점을 둔 경제팀이라는 것. 총리 승격이 예정되어있는 진념(진임)재정경제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됐다. 예상대로 단합은 잘 되고 있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의 오랜 갈등도 진장관과 이근영(이근영)위원장간의 대화로 잘 수습해 나가고 있다.>>

▽진면목 드러내는 진념장관〓최대의 관심은 개혁성이었다. 진장관은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순리를 좇아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무원 생활을 오래했다는 이유로 개혁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장을 중시하겠다는 발언이 개혁포기로 받아들여져 한때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짧은 시일에 현대 문제를 해결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정주영(鄭周永)전현대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주식 중 6.1%를 바로 팔도록 한 것은 지난번 경제팀은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이 돈으로 현대건설을 지원토록 해 한 고비를 넘겼다. 진장관은 시장중시발언에 대해 정부가 물러나겠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시장의 원리대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분명히 했다. 부도날 기업은 과감히 부도를 내겠다는 것이 시장의 논리라는 것.

▽개혁성에 무게 둔 정책〓공정거래위원장에서 기획예산처로 자리를 옮긴 전윤철(田允喆) 장관의 개혁 의지도 주목할 만하다. 전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생살을 도려내는’ 각오로 공공부문 개혁을 밀고 나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는 “‘개혁피로감’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개혁을 밀고 나가다보면 불이익을 받는 집단의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들의 반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혁의 추진상황을 정확히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승진 케이스인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과 실무형으로 알려진 이근영금감위장도 ‘관리형 장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의외로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금감위원장은 현대문제를 단칼에 해결해 개혁성을 비판해 왔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고있다. 이공정위원장도 “재벌 개혁을 전임자 못지 않게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16일부터 시작되는 4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참신성과 전문성의 한계〓이미지를 개선할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게 현 경제팀의 한계. 대부분이 과거에 흘러갔다 돌아온 인물이다. 여기에 산업자원부는 도덕성시비에 휘말렸고 해양수산부는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성이 높은 차관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각료들도 벌써 현장을 뛰면서 실태파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금융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실물부문에 중요성 두기로〓진장관은 “그동안 경제정책이 금융현안 일변도로 진행된 탓인지 비금융 부처의 소외감이 의외로 깊다”면서 “앞으로 정책의 관심을 실물 부문으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9일 열린 첫 경제장관 간담회는 그런 점에서 향후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다. 거시경제 지표에 현혹되지 말고 시장 상인들의 경기 체감도를 포함해 실물 부문의 경기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자는 견해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산자부와 농림부 등의 경우 양적인 목표를 들고 나와 정책방향의 전환이라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실무 주역인 신국환(辛國煥)산자부장관은 정책 우선순위를 수출 증대에 둘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내년 이후 국제수지 흑자기조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터여서 신장관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산자부 내부에서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갑수(韓甲洙)농림부장관은 김성훈(金成勳)전장관이 친환경농업을 표방하며 질적인 농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쌀 자급과 경지면적 확보를 꼽았다.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력은 한층 강화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기연착륙 유도와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등이 부각되면 산자부 정보통신부 등 실물부처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