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북녘땅서 첫 사용 … 남북 전자결제 ‘물꼬’

  • 입력 2000년 8월 7일 18시 41분


공산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에 자본주의의 첨병인 신용카드가 상륙해 남북한간 첫 전자결제가 시작됐다.

외환카드(대표 김상철·金相喆)는 7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가 북한 함남 신포지구에서 추진중인 발전시설 공사지역에서 외환카드 가맹점 3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 첫 남북간 화폐교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외환카드 이태훈(李泰薰)대리가 온라인 결제망 관리사인 한국정보통신(KICC) 직원등과 온라인 장치 설비회사 직원 7명과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민항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25일. 북한팀은 4일까지 10일간 머무르며 신포지구에 활동중인 한국인 근로자 800명 가운데 42명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대우계열인 아라코 소속 수퍼마켓,노래방,당구장이 첫 가맹점. KEDO 직원이 주말 간식용으로 구입한 초코파이와 음료수 2만500원 어치가 첫 남북한간 카드결제 상품이 됐다.

거래가 시작된지 10일째인 7일 오전 현재 42명 가운데 30명이 110여차례 카드를 사용해 600만원 어치가 거래됐다.

카드를 발급받은 한국전력 등 남쪽 근로자들은 남쪽에서 넘어온 카드를 들고 무장군인의 경비는 여전했지만 한결 낮아보이는 철조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대리에 따르면 그동안 신포지구는 '달러 전용구역'이었다. 북한측 초대소에 마련된 이발소, 간이주점이나 옥류관 신포분점 등이 "달러만 받겠다"고 고집한 탓이다.

KEDO는 도리없이 한국근로자에게 원화로 주는 급여 이외에 휴일 및 야근수당은 달러로 지급했다. 그러나 동전(센트)이 턱없이 부족해 가령, 3000원짜리 과자를 산 뒤 달러로 환산해 2달러 65센트라는 가격이 매겨지면 3달러를 내고 종이에 35센트라고 써 주는 '19세기형' 금융거래가 이뤄져 왔다.

이대리 일행이 북한 양화항 통관소에서 신용카드 장비를 찾는 과정에서 북한 관리는 '당장 돈내지 않고도 카드를 내보이면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신용카드를 설명하자 "그렇게 좋은게 있으면 나도 하나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관리는 "물건구입 후 1개월 뒤 돈을 낸다"는 설명을 듣고 요청을 금방 물렀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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