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재무제표 제출...기업들 비상

  • 입력 2000년 7월 30일 18시 45분


‘결합재무제표’ 변수는 대기업들의 경영환경과 대외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6개 그룹(6월말 결산하는 삼양사는 제외)의 결합재무제표 제출 시한인 31일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결합재무제표는 특정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전체의 매출액과 손익 부채 자산총계 내부거래 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 기업의 대한 일종의 ‘정밀 건강진단서’라고 할 수 있다. 주력회사가 출자나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사만을 묶어 작성하는 연결재무제표보다 범위가 넓고 강도가 높은 것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16개 그룹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본 결과 예상대로 매출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비율은 급증해 대기업들은 “경영실적이 왜곡될까 걱정된다”며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는 결합재무제표 결과를 놓고 대외신인도를 더욱 떨어뜨릴까봐 우려하고 있다. 결합재무제표상으로 작성한 현대의 부채비율은 229.7%. 이는 4월에 개별 재무제표를 단순합산, 발표했던 181%보다 48.7%포인트나 올라간 수치. 여기에 금융업까지 포함하면 296%로 치솟는다.

107개 법인의 자산은 100조165억원, 부채는 74조7734억원, 자본은 25조2431억원으로 나타나 기존 발표와 비교할 때 자산은 16조원, 부채는 3조5000억원, 자본은 12조5000억원이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단순합산시 2조원으로 나타났으나 금융부문에서 1조3000억원의 대우채 관련 손실이 드러나고 결합과정에서 내부거래 손익 등이 사라져 결합 당기순이익은 745억원에 그쳤다고 현대는 밝혔다.

다른 그룹들의 결합재무제표도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갔다. 삼성은 4월 발표시 166%였던 것이 195%로, LG는 184.2%에서 260%로, SK는 161%에서 230% 수준으로 높아졌다. 4월 재무구조개선 약정 점검시 모두 200% 이하로 부채비율을 낮췄던 4대 그룹 중 삼성이 겨우 200% 이하를 유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셈.

대기업들은 결합재무제표상 초과된 부채비율을 내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결합재무제표를 통한 대기업 재무건전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대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 3·4분기 중 결합재무제표가 기업집단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 감리를 실시키로 했다. 또 금융기관들에게 이 결과를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제출한 결합재무제표의 구체적 내용 및 분석결과 등을 8월 1일경 공식발표한다.

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할 때부터 반발했던 재계는 당연히 불만스럽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계 어디서도 실행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려 한다”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털어놓았다.

‘결합재무제표 변수’는 하반기 정부―재계간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명재·홍석민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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