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돈은 돌아야"…시중銀에 회사채매입 요청할듯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금융감독위원회는 시중의 자금경색현상을 풀기위해 시중은행에 회사채 매입을 요청하는등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용근(李容根)위원장은 “2일 17개 시중은행장과 조찬회동을 갖고 시중은행으로만 몰리고 있는 자금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현대그룹 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금감위가 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을 요청할까〓이위원장은 우선 돈줄을 쥐고 있는 시중 은행에 거래가 사라지다시피 한 대기업 회사채를 매입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들은1일“채권시장에선 5월 이후 삼성,LG,SK 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회사채 유통이 거의 안된다”고 말했다.

한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이위원장이 (은행의 회사채 매입을 독려하려면) 은행의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매입 후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문책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위원장은 ‘은행간 콜자금 공여’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 제2위기설이 돌면서 자금이 몰려드는 은행권 내에서조차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현실에서 주택,국민,신한은행 등 우량 은행의 자금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으로 넘어와야 자금시장이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시중자금, 얼마나 막혀있나〓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사태 이후 투신권을 빠져나간 자금은 95조원. 지난해 8월 최고치를 기록한 250조원대 투신사 자금이 12월말 185조원으로, 올 5월에는 155조원으로 말라버렸다. 시중은행에는 올 들어서만 40조원이 몰려들었다.

그나마 투신권이나 종금사에 남아있는 자금도 회사채보다는 안정적인 국공채로만 몰려 기업의자금조달이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은행자금은 왜 숨죽이고 있나〓시중은행은 투신사보다 자금관리가 보수적이어서 국공채,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간 초단기자금거래인 콜 자금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높아진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저위험 저수익’의 투자패턴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6월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보수적 자금 운용을 부추기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BIS 비율 산정에 있어서 한국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공채는 ‘위험도 0’로 인정돼 여신 총액에서 제외되고, CD 및 콜 자금은 20%만이 여신으로 간주돼 선호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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