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금 쇼크]"무모한 대북투자 탓" 곳곳서 제기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현대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위기가 무모한 대북(對北)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정책실장은 27일 “현대의 사업성없는 대북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대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설 경우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현대증권 주주총회에서도 “막대한 수수료수입을 무리한 대북투자에 쏟아부어 주가폭락을 불렀다”는 소액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대증권은 실제로 4월25일 현대백화점 건설 종합상사 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들로부터 280만주(140억원어치)의 현대아산 주식을 사들인데 이어 한 달 뒤에는 유상증자에 참여, 63억2260만원을 추가로 납입했다. 불과 한달여만에 2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쏟아부은 셈.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나마 자금여력이 있는 현대증권이 그룹의 강요에 못이겨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대북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아산은 그룹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작년 3월 자본금 1000억원 규모로 설립된 회사.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금강산 종합개발 및 서해안공단 조성사업. 작년 10월 30년간 금강산 독점 관광사업권 및 토지 시설이용권을 확보했고 북한 서해안에 국내 850개 중소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2000만평 규모의 공단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금강산 개발사업 대가로 연 1억5000만달러의 사용료를 북한측에 주고 있는 현대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추가로 들여야 할지는 미지수. 항간에는 “현대가 뒷돈을 주고 독점권을 따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98년11월 시작된 지 1년만에 2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연간 관광객이 50만명이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의 계산으로도 사업성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 현대의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충분한 경제적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개인적 야심에서 출발, 그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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