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벤처기업]주가폭락은 벤처玉石 가릴 호기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인터넷 관련 기업이면 무조건 액면가의 최소 10배씩 주고 투자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이번 주가폭락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벤처기업 전문투자회사인 KTB네트워크 김형기 상무는 얼마 전부터 투자기업 선정 기준을 바꿨다. 인터넷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지, 오프라인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본다. 회원과 페이지뷰, 방문객 수가 많다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못된다. 대신 정보통신장비 및 인프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무차별투자 사실상 끝나▼

지난해 벤처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시작된 정보통신 인터넷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투자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보통신 인터넷 냄새가 조금이라도 풍기는 기업은 액면가의 최소 10배, 심지어는 100배 가격에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벤처기업 특히 인터넷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하고 당분간은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래성장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증시에서도 인터넷기업이 광고수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음 새롬기술 골드뱅크 인터파크 등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 업체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연구원은 “성장성도 실적으로 나타나야 의미를 갖는 것이며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분명한 수익원천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주가가 쉽게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정보통신장비 및 인터넷관련 솔루션, 시스템통합(SI)업체로 옮겨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성장성에 의존한 기업보다는 확실한 수익원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으로 벤처자금이 이동하는 것.

ING기술투자 이문종 대표는 “국내 인터넷기업은 전통적인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니라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실제로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업 위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원 확실해야 생존▼

주가폭락으로 테헤란로 전체가 불안해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문종 대표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입증하는 기업만이 증시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인수합병(M&A)당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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