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金利 지표기능 상실… 3개월째 거래없어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시중 실세금리를 산출하는데 지표물로 쓰이는 우량 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가까이 거래가 전면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거래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허수에 가까운 회사채 수익률이 공시되면서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시장 지표금리의 기능을 상실하는 등 채권시장이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총선 이후 회사채발행이 재개될 때 발행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표금리를 국채 수익률로 바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感)으로 결정되는 회사채 금리〓최근 실세금리를 나타내는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10.00%를 넘어섰으나 한국은행 관계자들과 채권시장 딜러들은 별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거래가 없는 가운데서 나오는 수익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오히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3년만기 국채 수익률을 주목하는 분위기.

실제 실세금리 지표물인 ‘A+’ 등급의 우량 회사채 물량은 현재 2000억원 정도이며 이 마저도 채권안정기금이 거의 보유하고 있는 바람에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전무한 상태다.

한국은행 김성민(金聖民)채권시장팀장은 “주요 증권사가 증권업협회에 보고하는 회사채 수익률은 딜러들이 임의로 국채수익률에 0.9% 내외를 더해서 보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거래수익률이 아닌 허수 수익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대책은〓이같은 회사채 수익률 공시관행 때문에 시중의 채권딜러들은 최근의 회사채 수익률이 실제 금리보다 낮게 결정되고 있다는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삼성생명투신운용 채권팀의 박성진(朴成振)과장은 “통상 회사채 수익률이 국채보다 1.3% 정도 높지만 현재 딜러들은 이보다 낮게 잡아 보고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되면 공시된 금리보다 발행금리가 훌쩍 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실세금리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금리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이나 통화운용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

한은의 김성민팀장은 “국고채 금리가 이젠 지표금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 상태”라며 “금융감독당국의 채권발행 관련 규정과 증권업협회의 채권수익률 공시규정을 바꿔 국고채 수익률을 지표금리로 삼아야 회사채 수익률의 경우 ‘국고채+¤’ 형태로 공시하는 관행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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