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결과]공적자금 상당액 '부실 운용'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17분


18일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개혁추진실태 특별감사 결과는 지난 1년반동안 정부가 금융개혁을 명분으로 ‘몰아치기’에만 몰두했을 뿐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소재의 규명에는 소홀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고 시간이 촉박했던 점은 이해되지만 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가는 만큼 추진과정에서 면밀한 점검이 필요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이 특감에서 가장 중점을 둔 사항도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하는 점이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기업주나 금융기관 임원진이 부도 직전에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사실상 방치한 것은 금융개혁과정의 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회사는 망해도 오너는 살아남는다’는 말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상황에서도 여전히 통용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채권금융기관마다 법정관리 화의 등의 동의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퇴출돼야 할 기업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것도 문제다. 퇴출돼야 할 기업에 막대한 금융자금이 들어가고 결국 국민의 혈세로 메워지게 되는 불합리가 계속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규제개혁 노력을 벌였으나 금융분야에서는 감독기관의 과도한 보고서 제출요구, 자의적인 시행세칙의 남발 등의 지나친 행정규제도 시정돼야 할 대목이다.

이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볼 때 상당한 금액의 공적자금이 잘못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회수가능한 시정금액은 648억원이고 현재도 금융개혁이 진행 중인 만큼 전체적인 시정금액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특감이 대체로 샘플조사 등에 의존했던 만큼 누수자금의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서 퇴출금융기관 선정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감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법적 소송에 계류 중인 사안이 많아 손대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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