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만 남는 대우車]한때 재계2위서 자동차소그룹으로

  • 입력 1999년 8월 12일 18시 23분


대우사태로 야기된 금융시장 불안이 한달 가까이 지속되자 정부의 대우해법의 수위가 점차 높아져 그룹해체의 수순으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25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재계2위(4월 자산규모 기준)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은 연말이면 사실상 자동차 소그룹으로 전락할 전망.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12일 대우 계열사의 분리작업을 10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불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금융시장을 의식한 말로 보인다. 그가 대우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면서 다급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바로 시장의 불안정 때문.

이위원장이 강조하는 대목은 대우계열사란 이유만으로 불안한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피하겠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건실한 기업이면서도 수익증권 환매가 몰려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우증권이다.

이위원장은 이날 “대우 계열사 중 일부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빨리 심어줘야 시장이 안정된다”며 “이를 위해 채권단 주도로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즉 대우증권의 매각시기를 앞당기고 ㈜대우 건설부문도 일단 계열분리후 처리로 가닥을 확실하게 잡았다.

이렇게 하고나면 분리된 대우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환매요구를 피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있다. 즉 일단 분리만 시켜놓으면 대우문제의 ‘뇌관’은 제거됐다고 봐도 된다는 것.

계열사 처리와 관련해 ‘선분리 후실사 원칙’을 내세운 것도 분리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파란신호등’을 켜기 위한 고육책.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기업은 대우에 맡기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체될 경우 채권단이 각 계열사를 분담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그동안 강력하게 정부와 채권단의 방안에 저항해온 대우의 노력도 사실상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담보로 잡고있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해 계열사의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경영은 공채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계열사 매각 등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채권단이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매각에만 신경을 쏟다보면 결국 국내기업을 외국에 헐값으로 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거세다. 대우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GM) 협상에서 대우측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도 이 때문.

㈜대우 건설부문의 경우 걸려있는 재개발 사업과 프로젝트 등이 많아서 오히려 실(失)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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