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돌풍]업계 『적자수출 할판』 울상

  • 입력 1999년 2월 19일 19시 20분


“한국차는 해외에서 같은 급의 일본차보다 10% 정도 싼 가격에 팔립니다. 엔화가 1백30엔대까지 떨어지면 일제와의 가격차는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올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던 현대자동차 수출팀은 이달들어 출현한 ‘엔저 복병’ 앞에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겉으로는 “엔저 효과는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면서 애써 느긋해하지만 ‘엔저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신흥시장인 중동지역은 엔화로 결제하는 바이어가 많아 엔저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동남아 지역에 공작기계류를 수출하는 K사. 올해 엔 달러 환율을 1백10엔대로 전제하고 수출전략을 짰던 이 회사는 요즘 신문 환율란을 걱정스레 주시하고 있다.

“일본산과 가격차가 10∼15% 수준은 유지해야 하는데 이렇게 엔화가 자꾸 떨어지면 적자수출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세계적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된 타이어 업체들은 엔저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엔화 약세로 가격인하 여력을 확보한 일본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예상돼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엔저는 6월말로 예정된 수입선 다변화 해제와 맞물려 일본제품의 한국시장 잠식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국산제품보다 20∼30% 비싸게 팔리고 있는 일제 캠코더의 경우 엔저로 ‘날개’를 달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가격차가 좁혀지면 캠코더는 완전히 일제 독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조승제(趙昇濟)이사는 “일본제품이 엔저와 수입선 다변화라는 ‘쌍포’를 앞세워 국내시장을 빠르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형 종합상사들은 현재 10% 안팎인 엔화 결제비율을 앞으로 더욱 줄인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수출계약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로 계약을 하고 엔화로 계약할 때는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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