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 주택사업공제조합(上)]무분별 대출보증 눈덩이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53분


《서민의 내집 마련의 꿈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심각한 부실에 빠져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공제조합 부실화의 원인 파장과 회생대책을 두번에 나누어 알아본다.》

주택업체 부도로 인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아주는 일을 하는 주택사업공제조합이 회원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 때문에 처리 곤란한 부실덩어리가 돼가고 있다.

공제조합이 파산하면 회원 건설업체들의 무더기 도산과 입주예정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8월말 현재 공제조합의 분양보증가구는 58만여가구에 이르고 있다.

▼부실원인〓공제조합은 93년 4월 업체간 상호부조단체로 출범했다. 정부는 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입주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 기능을 조합에 맡겼다.

상호부조 조직으로 출범한 공제조합은 값싼 수수료를 받고 회원사들의 대출보증 요구를 거의 무제한 들어주었다. 대출보증을 서준 업체가 빚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면 공제조합이 이를 대신 갚아줬다. 이런 대출보증 대위변제금이 98년 8월말 현재 1조8천4백65억원에 이른다. 이중 회수한 금액은 1천5백11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건설업체 부도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위변제금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공제조합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후 98년 10월까지 총 1천4백93개 회원사 중 2백63개사가 부도를 냈다.

이에 따라 부도난 조합원 회사를 대신해 갚아줘야 할 대위변제금액이 8월말 현재 1조9백32억원에 이른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출범 초기 출자 금액의 2배까지 대출보증을 허용하는 등 과다하게 업체를 지원한 것이 부실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파장〓공제조합은 올 들어 분양보증 수수료율을 올리고 조합원사에 대한 운영자금 융자 한도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 회생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부실 규모가 이미 이같은 자구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조합이 분양보증을 이행할 수 없게 되면 공제조합이 분양보증한 58만여명 입주예정자들의 입주가 지연된다. 이미 낸 분양대금을 떼일 수도 있다. 조합이 진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건실한 조합원 회사들까지 무더기로 파산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도저히 뒷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 건교부 관계자의 실토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무책임한 경영으로 공제조합의 부실을 불러놓고 국민세금으로 다시 살려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기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제조합의 기능 정지는 조합원사의 대량 부도와 이에 따른 주택산업기반의 붕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회원사에 출자 금액의 70∼80%를 저리 운영자금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이 대출금이 8월말 현재 2조6천6백81억원에 이른다. 조합이 빚을 갚기 위해 이 융자금을 회수하면 1천4백94개 업체중 상당수가 도산할 전망이다. 특히 조합의 대출보증을 받은 3백96개사는 부도가 거의 확실시된다.

조합과 회원사들의 파산은 채권금융기관의 동반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주택은행 등 시중은행은 △대출보증부 대출금 1조8천1백38억원 △일반대출금 5천7백30억원 △미변제금 7천6백77억원 등 모두 3조1천5백45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다.

<이철용기자>i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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