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투신 좌초 파문]『투신사 강제퇴출 없다』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한남투자증권과 한남투자신탁운용이 고객들의 중도환매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좌초, 투자신탁회사 구조조정 문제가 다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두 회사의 영업정지로 투신 고객들이 동요할 경우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남투신 처리와 고객 영향〓증권감독원은 2개월간의 영업정지기간중 자산과 부채에 대해 정확한 실사를 한다. 고객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맡겨놓은 고객예탁금과 신탁재산은 실사가 끝난 뒤 반환할 계획. 고객예탁금은 예금자보호대상이어서 고객들이 상환받는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남투신에서 수익증권을 산 고객들은 창구에서 제시한 예정수익률만큼 수익을 받기 어렵다. 고객이 수익증권 환매를 요청할 때는 운영실적에 따라 배당한다는 것이 증감원의 방침인데 부실채권이 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

한남투신은 주식형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원금까지 손해를 보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부실자산이 많으면 일부 고객이 원금 일부를 못받을 가능성도 있다.

증감원은 영업정지 기간중에도 고객이 예탁한 유가증권 반환업무와 고객예탁주식의 매도주문 수탁업무, 주가지수 선물 옵션거래와 관련한 미결제약정의 반대매매 및 수탁업무 등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증감원은 고객예탁금과 수익증권을 돌려준 뒤 두 회사를 해산시킬 방침이다.

▼전체 투신사 경영 실태〓한남투신을 포함한 기존투신사는 유가증권평가손 반영비율을 크게 늘린데 따른 영향으로 97회계연도(97년4월∼98년3월) 중 3조2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존투신사의 자본잠식 규모도 3조6천억원에 이른다. 7개사중 동양과 제일투신이 자본잠식을 면했으나 유가증권평가손을 100% 반영하면 사실상 자본잠식상태라고 증감원은 설명했다.

투신사가 이처럼 부실화된 시발점은 89년 정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은행을 통해 2조7천억원을 대출해주며 주식을 매입토록 한 12·12조치.

투신사들은 이후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었으며 차입금이자를 갚는데도 허덕이고 있다.

▼투신권 구조조정 방향〓투신사 부실이 심각하지만 은행권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미루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신설 투신운용사를 합해 수탁고가 1백44조7천여억원에 이르는 투신사 중 일부를 강제 퇴출시킬 경우 금융시장이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고 뽀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신사의 경영효율화를 유도하고 단계적으로 연계차입금을 줄이는 등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6월말 현재 11조6천3백74억원에 이르는 연계콜 중 4조2백30억원을 내년 3월말까지 줄이도록 지시한 바 있다.

▼투신사의 고객보호장치〓투신사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철저히 분리하도록 한 제도와 투신사들이 출자를 해 만든 투신안정기금이 고객 보호장치의 두 축.

이 중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분리하도록 한 것은 편법 연계차입금 때문에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투신사 수익증권은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향후 투신권 전망〓5개 은행 퇴출 이후 투신권에 집중적으로 돈이 몰리던 현상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전망.

금융계 일각에서는 투신권의 자금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투신권별로는 고유계정의 부실문제가 없는 투신운용사들은 이 영향을 적게 받는 반면 기존투신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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