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새내각/경제]보수-중도-진보「3色조율」 관건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과 청와대의 강봉균(康奉均) 정책기획수석, 김태동(金泰東) 경제수석으로 일단 새 경제팀의 삼두마차가 출발선에 섰다. 세 사람은 우선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적 재무관료 출신인 이장관은 시장의 실패에 대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수석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청산하기 위해 철저하게 시장경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기획원 출신의 거시경제 기획가였던 강수석은 시장기능과 정부개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 중도론자로 분류된다. 보수 중도 진보의 삼두마차인 셈이다.

새 경제팀의 목표는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기반구축으로 요약된다.

당장은 IMF가 정해놓은 올해 경제정책 과제와 방향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경제노선을 상정하기는 어렵다.

이장관은 기본적으로 경제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책임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정부가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시장주의도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부실금융기관 처리 재벌개혁 산업구조조정 등에서 상당폭의 개입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문민정부의 실패사에 남을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가 ‘시장의 실패도 가급적 시장이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시장론을 표면에 내세웠던 데 비해 이장관은 ‘시장의 실패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의 적극적 개입론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장관은 재무장관시절(88∼90년) 대우조선 합리화와 한국중공업 처리 등 부실기업 정리에 남다른 수완을 보였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시간을 끌지 않고 과감하게 정책수단을 동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정책추진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기아자동차 서울은행 제일은행 등의 처리문제도 어정쩡하게 질질 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경제수석은 경제관료와 재벌 및 금융의 유착이 경제를 망쳤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같은 관계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수석은 IMF관리체제를 활용하여 이같은 개혁작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관은 재벌개혁과 관련, “재벌이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처분하려면 현실적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의 속도를 놓고 김수석과 견해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강정책기획수석은 상황논리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하는 실무형 관료다. 그는 새 경제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풍향을 가장 기민하게 읽고 이장관과 김수석의 중간쯤에서 조화와 변용(變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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