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③]김재민/직원 동기부여 알맞는 제도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미국에서 공학과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78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로 외국계 정보산업관련 분야에서 일해왔다. 20년동안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아직도 국내 기업에서는 낯선 연봉제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익숙해졌다.

물론 연봉제가 우리 기업문화와는 맞지 않는 생소한 측면이 아직 있다. 개인의 능력과 업무를 기준으로 급여를 결정하는 연봉제는 평생직장 개념과 집단주의적 업무처리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연봉제는 개인의 업무 수행 성과를 급여 결정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개인들이 가진 창의성과 성실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동기부여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작년 2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같은 연봉제의 장점을 적극 살리고 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한글화하고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게 주요 업무다. 이 회사는 작년 한해만 국내에서 5백8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을 말한다면 제일 먼저 ‘뛰어난 인재집단’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로 하여금 제품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지속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연봉제와 이를 활용한 ‘스톡 옵션’(Stock Option·회사가 사원에게 회사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제도다.

이같은 제도는 첨단기술 개발에 성패를 거는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들에 무엇보다 중요한 구성원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살리기 위해 불가결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구성원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비단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필요한 성공요인일 것이다.

연봉제의 또다른 이점은 임금관리의 용이성과 고용구조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기존 급여체계는 복잡다단한 수당 등으로 봉급 외에 회사가 배려하는 복지후생에 대한 인식도를 오히려 낮추고 있다. 그러나 연봉제는 모든 수당이 연봉개념으로 지불되므로 임금구조가 단순해진다. 개인적으로도 연봉제는 자기 개발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 제공한 노동에 대한 평가를 정당하게 받게 된다면 누구나 능력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는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조직 재정비에 나선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연봉제 도입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연봉제가 반드시 이상적인 고용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이루어야 하는 현시점의 우리에게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연봉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업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연봉제가 가진 개인주의적인 의식의 불화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김재민<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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