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총수들,『위기땐 직접 뛴다』 친정체제 강화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재벌 오너들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개혁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우며 친정(親政)체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현대그룹의 정주영(鄭周永·82)명예회장. 13일 정몽헌(鄭夢憲)그룹부회장을 그룹회장으로 승진시켜 정몽구(鄭夢九)그룹회장과 ‘형제 공동경영’을 맡겼다. 이 인사로 그룹 부동의 실세가 아직도 ‘왕회장(정명예회장)’임을 과시했다. 정명예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과 이달초 두번이나 싱가포르에 출장, 현지사원들을 독려하며 수출부문을 직접 챙겼다. 또 작년에는 사장단 신년하례회에 불참했으나 올초엔 하례회에 참석해 사장단에 각별한 노력을 당부하는 등 그룹경영을 진두지휘.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도 최근 집무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그동안에는 주로 한남동 자택에서 칩거하며 이학수(李學洙)비서실장을 통해 지시해왔으나 연초부터는 거의 매일 태평로 그룹 본관 28층 회장실에 출근, 그룹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 대우그룹도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확고해진 상태. 작년말 인사에서 윤영석(尹永錫) 배순훈(裵洵勳)회장 등 창업세대를 모두 해외로 발령, 그룹 총괄경영은 혼자서 처리하고 있다. 쌍용차 전격인수도 거의 혼자 처리했으며 최근에는 해외본부 중진급 대표들을 제쳐두고 미국 유럽 등지를 다니며 굵직굵직한 협상을 도맡아 벌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오너들의 친정체제 강화로 전문경영인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총수들의 책임경영이 필요하겠지만 자칫 독단으로 인한 경영실패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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