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야 산다』 재벌 몸집 줄이기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국내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생존전략으로 새해 들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계사업 정리, 부동산 매각등을 강도 높게 추진중이지만 시장에는 매물이 넘쳐 아직 가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마음은 바쁜데 발걸음은 무겁다고나 할까. 삼성 현대 LG그룹 등이 다소 더딘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해 쌍용 한화그룹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그룹별 구조조정 현안을 정리해본다. ▼삼성〓그룹 최대 적자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 지난해 상반기 한국중공업에 중장비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몇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무산됐다. 제일모직 등 의류사업부문을 삼성물산 의류사업 부문에 합병시킬 계획. 삼성그룹은 지난 한 해 동안 냉동쇼케이스 식기세척기 게임기 등 모두 35개 품목 7천10억원 규모의 사업부문을 정리한데 이어 올해는 34개 품목 1조3천억원 상당의 한계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오디오 사업부문을 새한미디어에 매각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제품별 사업부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 실적이 미미한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리 대상에는 인력도 포함된다. ▼현대〓작년 중반부터 한계사업 정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진전된 것은 없다. 현대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주는 법규가 아직 정비돼 있지 않고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놓더라도 지금처럼 매물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난이 심화한 상태에서 자칫 구조조정을 한다고 매각을 서둘렀다가는 기업이 어렵다는 소문이 퍼져 자금줄이 막히기 쉽다”고 털어놓았다. ▼LG〓작년 LG할부금융과 LG카드, LG마트와 LG백화점을 통합하는 등 유사 업종간 계열사를 묶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작년초 구본무(具本茂)회장이 천명한 90개 한계사업 정리는 아직 가시화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단계. 올해는 당초 3년안에 90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앞당겨 10∼20개의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나갈 계획을 짜고 있다. ▼쌍용〓작년 쌍용자동차를 대우그룹에 매각하는 ‘빅 딜’을 성사시키며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자본과의 계열사 및 부동산 매각 협상이 활발하다. 쌍용제지를 이미 미국 P&G에 팔았고 쌍용양회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새크라멘토 매리엇 레지던스 인 호텔 매각을 추진중이다. ▼한화〓지난해 한화바스프우레탄을 독일의 합작사에 매각한 것을 비롯, 강도높은 계열사 및 부동산 매각을 추진중이다. 올해말까지 구조조정 작업을 완료, 2조원 이상의 현금유입효과를 거둬 부채비율을 700%에서 400%대로 낮출 계획이다.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인 셸사와 한화에너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못했다. 서울 잠실 마포의 부동산을 외국 기업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영이·이희성·이명재·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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