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부도]돈줄죈 금융계, 부메랑 충격파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한라그룹의 부도로 금융권에 메가톤급 부실폭탄이 떨어졌다. 종합금융사의 자금 회수 등 금융체제 마비가 한라그룹의 부도를 몰고온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지만 그 파장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금융권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 한라그룹 부도 성격 ▼ 올초부터 계속된 기업부도 사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보 기아그룹이 쓰러진 것은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투자, 단기차입금 의존 심화 등 기업내부에서 부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반면 한라그룹은 자금 파이프 라인에 구멍이 나면서 돌출된 부도케이스라는 것. 말하자면 한라는 금융권간 자금이동이 상호간의 불신으로 꽁꽁 얼어붙어 그 여파로 희생된 첫번째 기업인 셈.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자금 흐름이 동맥경화증세를 보이는 상태에서는 기업이 부도나더라도 은행과 정부가 도와줄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이제 기업이 부도나더라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라그룹 부도 충격 ▼ 금융계에 대한 충격은 여신총액으로만 볼 때는 기아그룹보다 작지만 한보그룹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10월말 현재 한라그룹에 대한 금융권 여신은 6조4천7백64억원으로 기아그룹(5월말 기준)보다 3조5백96억원이 적은 반면 한보그룹(작년 11월말 기준)보다 6천8백78억원이 많다. 그러나 금융계는 한라그룹 부도의 충격은 단순 수치로 계산한 것보다 훨씬 커 기아사태를 능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조그만 충격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상황에 와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합병이나 폐쇄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비상이 걸렸으나 한라그룹 부도로 목표 달성이 더 힘들어졌다. 은행감독원 김순배(金淳培)경영관리과장은 『부실여신에 대해서는 담보가 있을 경우 20%, 담보가 없을 경우 75%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적자폭 증가→자기자본잠식→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한라그룹에 대한 은행권의 여신 3조3백64억원에 담보확보비율 44%(추정치)를 반영하면 은행권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1조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그룹의 부도 충격은 부실자산 증가와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에 그치지 않는다. 한라에 지급 보증을 선 금융기관들은 대신 빚을 갚아줘야 하기 때문에 추가자금 부담까지 지게 된다. 한라그룹에 대한 지급보증은 은행권이 1조9천1백34억원, 종금사가 2천2백4억원 등 모두 2조1천3백38억원에 이른다. 종금사의 경우는 은행에 비해 자금사정이 훨씬 어려운데다 여신액수마저 3조4천4백억원으로 은행권보다 많아 파장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금융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금융계는 한라그룹의 부도가 금융시스템의 마비에 따른 대기업 연쇄부도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해 특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0대 그룹 중에서 한라그룹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은데 한라그룹의 부도로 금융시스템 마비가 해소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어 추가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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