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본 경제난 배경]재벌 중복투자가 부도 촉발

  • 입력 1997년 12월 6일 08시 22분


국제통화기금(IMF)은 4일(미국 현지시간) 우리측과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경제난을 보는 시각의 일단을 전했다. IMF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철강 자동차 등에 중복투자한 재벌그룹의 부도로 촉발, 금융체제 약화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또 재벌그룹의 과도한 차입경영은 비효율적인 금융부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앞으로 한국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로 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체제 견실화와 투명성 및 효율성제고를 꼽았다. IMF 발표자료 가운데 「배경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부분을 요약한다. ▼배경〓한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간섭하는 경제운용이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 정책개입은 특히 비효율적인 금융부문을 가져왔고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높였다. 올들어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재벌)들이 줄줄이 부도를 냈는데 여기엔 △철강 및 자동차분야 등에 대한 과잉투자 △경기침체와 관련된 채산성 악화 등 요인이 반영됐다. 대기업 부도로 금융권 부실채권이 국내총생산(GDP)의 7.5% 수준까지 급증하는 등 금융부문은 더욱 약화됐다. 이와 함께 증시 폭락으로 은행들의 자산가치가 깎였다. 상업적인 동기의 결여와 위험 관리경험의 부재, 그리고 느슨한 금융감독 등에서 비롯된 금융체제의 취약성은 이같은 과정에서 더욱 악화됐다. 금융부문 취약성은 국제 신용도 하락과 대외신인도 저하로 이어졌고 해외 자금조달이 더욱 경색됐다. ▼금융산업 구조조정〓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정책의 핵심은 금융체제를 건실하고 투명하며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로 집약된다. 한국정부는 최근 9개 종합금융회사 업무를 정지시켰다. 이 가운데 적절한 자구노력 계획을 제시할 수 없는 종금사는 인가가 취소될 것이다.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은행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한국 또는 해외 금융기관에 의한 인수합병(M&A)을 거쳐 탄생한 금융기관이 자생력이 있는지를 점검할 것이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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