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요구 내용과 의미]금융-재정등 정책간섭 본격화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국제통화기금(IMF)협의단이 주문한 금융산업 개편안은 은행의 파산정리 등 예상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담고 있다. 이에 따라 되도록 자체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던 은행과 종금사 중 일부는 금융시장에서의 퇴출, 즉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4일부터 실무협상을 벌여온 IMF 금융환율팀은 27일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을 상대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실사작업을 계속했으며 IMF협의단 거시경제팀과 재정팀, 외환수급팀과 산업정책팀 등도 이날 재정경제원 협의단과 첫 접촉을 가졌다. IMF 금융환율팀은 며칠간의 실사작업을 통해 개략적이나마 한국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휴버트 나이스 IMF협의단장도 27일 오후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과 만나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전반적인 협의방향을 조율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실무협상이 본격화함에 따라 다음주초부터 IMF측의 긴급자금 지원조건이 제시되고 이를 놓고 협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개편〓IMF는 한국정부가 제시한 금융산업 구조조정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원은 부실한 금융기관의 파산정리보다는 인수합병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IMF는 부실금융기관과 우량금융기관을 합칠 경우 둘다 부실화하므로 「썩은 사과」는 버리자는 생각이다. 특히 종금사는 더욱 엄격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분류기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 3개월이상 이자가 연체된 요주의 여신을 포함시키라는 주문이다. 이럴 경우 은행과 종금사의 부실여신은 현행기준 32조원에서 48조원으로 늘어난다. 그만큼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정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IMF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감독체계 개편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감독기구통합 등 금융개혁법안을 연내에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및 세제개혁〓정부는 그간 「세입내 세출원칙」을 지켜온 만큼 재정에 관한 IMF의 요구는 적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거시경제지표의 하향조정으로 세입이 줄면서 세출도 당초 75조4천억원에서 2조∼4조원 정도 줄어들 전망. 하지만 IMF가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권고하게 되면 경부고속철도 농어촌예산 교육예산 등 비효율적 투자는 삭감이 불가피해진다. 세제분야도 IMF가 그간 세율인상을 요구해온 만큼 소득세 소비세 재산세 등의 전반적인 세율인상이 예상된다. ▼경제정책 운용〓IMF가 성장률의 하향조정을 권고할 것은 틀림없다. 다만 하향폭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재경원은 내년도 성장률은 경기침체로 어차피 4%대로 낮아지므로 IMF의 성장률 하향권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언론들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측하는 등 실제 성장률은 훨씬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이밖에 시장개방이 과감하게 이뤄지고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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