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등급하락 파장]달러부족 『엎친데 덮친 격』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춤에 따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금융기관의 해외차입난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S&P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밝혀 한 단계 더 떨어뜨릴 여지를 남겨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P보다 영향력이 큰 무디스도 이번주안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1차적으로 국책은행 등의 자금조달비용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꺼려 자금조달규모마저 위축된다는 점. 특히 국책은행의 해외자금차입여건은 기아자동차의 공기업화 방침을 밝힌 22일 이후 극도로 악화되는 중인데 S&P의 발표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달금리는 22일 0.1%포인트 오른데 이어 23일에는 0.2%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더 커졌다.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며 전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해외에서 중장기차입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어서 그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달러부족현상이 전금융권과 기업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공급이 달려 원화환율의 인상을 부추기고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들은 환차손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을 떠나면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자금차입난의 악영향은 전금융시장에 파급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한편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주요한 이유로 「제일은행과 기아그룹의 공기업화로 정부 재정부문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는데 동아시아국가들의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하다는 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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