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쇼크 파장]韓銀,제일銀에 3兆특융 논란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한국은행이 한보그룹의 부도에 이어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궁지에 빠진 제일은행에 거액의 저리(低利) 특별융자를 검토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19일 『제일은행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추락해 해외 단기자금시장에서 대출을 거절하거나 금리를 턱없이 높여달라는 요구가 잇따라 3조원 가량의 한은 특융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융은 대외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제일은행을 도산위기에 몰리도록 방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돈을 연 3%로 대출하되 은행이 마음대로 운용하지않고 연 11%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통화안정증권을 사도록 해 이자 차액만 취하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와 관련, 「경제정책 실패가 급기야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 별도로 돈을 찍어내 시중금리와는 비교가 안되는 초저리로 시중은행을 돕는 것은 결국 특혜이며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 또 부실채권을 눈덩이처럼 키운 책임은 제쳐놓고 특정은행의 수지보전을 위해 특융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권간 형평에 어긋나며 통화관리에도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반면 기아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높아졌으므로 빨리 손을 써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서로 못믿는 신용불안이 깊어지고 있고 제일은행이 더 위기에 몰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으므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특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李弼商(이필상)교수는 『특융은 우선 경영진의 연임제한 등 책임을 분명히 지우고 각고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측은 국민 전체에게 부담을 나눠 지우는 문제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오는 30일 있을 기아그룹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1차 대표자회의를 전후해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특융을 실시할 것을 검토중이다. 그러면서도 『서울은행과 일부 지방은행 등에 대한 특융은 형평성의 문제는 있지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특융은 지난 72년 8.3조치(사채동결) 때 도입된 후 △건설 및 해운업계 부실화로 시중은행이 어려웠던 85년 △주가폭락으로 투자신탁회사가 도산위기에 몰린 92년에 각각 실시된 바 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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