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다빈치-모차르트가 축구선수를 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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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의 법칙/로버트 그린 지음/이수경 옮김/608쪽·2만5000원/살림비즈

시대를 앞서간 거장들인 찰스 다윈(오른쪽)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왼쪽 위), 빈센트 반 고흐.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순간에만 발휘하는 집중력과 창의력을 언제든 자유자재로 끌어내 발휘했다는 것이 ‘마스터리의 법칙’의 주장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적절한 목표와 동기를 찾는다면 자기 분야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했다. 살림비즈 제공
시대를 앞서간 거장들인 찰스 다윈(오른쪽)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왼쪽 위), 빈센트 반 고흐.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순간에만 발휘하는 집중력과 창의력을 언제든 자유자재로 끌어내 발휘했다는 것이 ‘마스터리의 법칙’의 주장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적절한 목표와 동기를 찾는다면 자기 분야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했다. 살림비즈 제공
누구나 마감일이 코앞에 닥쳤거나 중대한 위기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평상시와는 달리,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 재빠르고 탁월하게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한번쯤은 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감일이 지나가거나 위기가 해결되고 나면 이러한 힘과 높은 창의성은 대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전작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경쟁의 전략을 탐구해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데 주력해 왔던 저자는 바로 그 사라져 버리는 힘에 주목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특정 순간에 잠시 경험하는 그 힘을, 역사적으로 ‘천재’에 해당하는 거장들은 자유자재로 끌어내 탁월함을 발휘한다는 점에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마스터리(mastery·마스터+미스터리)’라고 명명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찰스 다윈, 토머스 에디슨 같은 역사적 위인들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와 건축가, 로봇공학자, 예술가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마스터리의 법칙’은 바로 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거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다빈치 같은 이들의 업적을 설명할 때 “타고난 천재니까”라고 결론짓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천재는 결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천재로 간주되는 사람은 자신의 기질에 맞는 ‘인생의 과업’을 찾아낸다. 또 이상적인 수련 방식에 따라 고마운 ‘스승’ 밑에서 오랜 시간 엄청난 집중력으로 과업을 수행한 결과 ‘귀신같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성과를 내게 됐을 뿐이다.

음악의 천재로 알려진 모차르트도 마찬가지다. 그가 진정으로 독창적인 중요한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곡을 시작한 지 10년이 훨씬 넘어서였다는 것이 고전음악 비평가의 의견이다. 책에서는 그런 과정들을 평이한 문체로 쉽게 설명하면서도, 거장으로 가는 각각의 단계를 여러 가지 사례와 예증을 통해 성실하게 뒷받침해 놓았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구성원에게는 어떤 의미에서건 ‘거장’ 혹은 ‘마스터’가 되는 것이 중요해졌다. 평범한 빵이 아니라 ‘거장의 숨결이 스며든 빵’이어야 비싸더라도 팔리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창조적 발상으로 대량생산 시대의 상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만 소비자와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기에 ‘마스터리의 법칙’에 더 주목해야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모든 평범한 사람 역시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결되어야 할 키포인트는 바로 ‘인생의 과업을 찾는 것’이다. 축구선수에 맞는 활동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일을 택한다면 잘될 턱이 없다. 음악보다는 회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엄마의 좌절된 꿈 때문에 죽어라 피아노를 치게 한다면 그 아이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될 리 만무하다. 저자는 인생의 과업을 찾기 위해 ‘근원적 기질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곤란을 겪었던 마사 그레이엄은 몸을 통해 표현하는 춤을 만난 뒤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마스터리의 길은 바로 그때부터 펼쳐지기 시작한다.

희망적인 것은, 과업을 찾는 일은 현재의 나이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언제든 내 안에 늘 잠복해 있는 기질과 제대로 만나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던 고 박완서 선생의 등단 시기도 40대였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지식생태학자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흙 속, 저 땅 밑에서는 분명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인생의 과업과 연결된 끈을 놓지 마라. 그 끈을 놓지 않는다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삶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마스터리가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오랜 시간 당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 왔는가. 그렇다면 이제 활짝 만개할 일만 남았다. 우리 모두는 마스터리의 법칙 속에서 살고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지식생태학자
#마스터리의 법칙#로버트 그린#천재#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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