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보다 작은 알갱이를 어떻게 다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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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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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금공예 전문가 김영창 씨, 스키타이전서 세공 시연

7일 ‘스키타이 황금문명전’ 전시관에서 김영창 누금 공예연구소 대표가 관람객들에 둘러싸여 누금세공 시연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스키타이 황금문명전’ 전시관에서 김영창 누금 공예연구소 대표가 관람객들에 둘러싸여 누금세공 시연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와, 어떻게 저 작은 알갱이를 하나하나 붙일까!”

7일 오후 ‘스키타이 황금문명전-유라시아 초원에서 한반도까지’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전통 누금세공(鏤金細工) 기능보유 작가인 김영창 누금공예연구소 대표(73)가 누금세공을 시연하자 관람객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2001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국보 90호인 신라의 ‘금제 태환이식 귀걸이’를 재현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 주인공.

이날 김 대표는 투각(끌을 대고 잘라내는 기법), 새김, 타출(망치로 때려 튀어나오게 하는 기법), 땜질(누금)에 이르는 유물 제작과정을 선보였다. 특히 얼굴에 확대경을 낀 채 가로와 세로가 각각 5cm인 정사각형 은판에 좁쌀보다 작은 은 알갱이를 하나하나 붙이는 누금 작업을 선보이자 김 대표를 둘러싼 관람객들은 그 섬세한 기술에 놀라워했다. 김 대표는 비싼 금판과 금 알갱이 대신 은을 사용했다.

스키타이의 황금문명은 한반도에까지 이어져 고대신라의 고분미술 등 황금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신라에서 금관과 허리띠를 비롯한 섬세한 금 장식품이 발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번에 열리는 김 대표의 신라 황금공예 전승시연은 정교하고 화려한 스키타이 황금유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됐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누금은 금 장신구의 표면에 가는 금실이나 금 알갱이를 붙여 정교한 무늬를 표현하는 기법.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금의 표면이 녹는 찰나에 금과 금을 흔적 없이 붙이는 섬세한 작업이다. 5∼6세기에 크게 성행한 누금세공은 귀걸이에 많이 쓰였고 반지, 팔찌, 구슬 등의 장신구와 칼자루 장식, 말띠드리개 등에도 사용됐으나 지금은 거의 맥이 끊긴 상태다.

한편 스키타이 황금문명전은 학생 관람객을 위해 전시실 벽면에 만화를 그려 스키타이 역사를 쉽게 설명하는 ‘만화로 설명하는 스키타이의 세계’를 마련했다. 만화를 통해 아마조네스 여전사 이야기, 몽골고원 최초의 통치자가 되어 초원의 제국을 이룩한 흉노 이야기, 게르만족의 이동 이야기, 우리 민족의 기원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만화 기획은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제대로 된 세계대역사 시리즈’ 등 다수의 학습만화에 참여해온 조명원 작가가 맡았다.

김 대표의 누금세공 시연은 18일까지(12, 13일 제외) 오후 3∼5시에 열리며 스키타이 황금문명전은 26일까지 이어진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한형직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   


#스키타이황금문명전#이원복#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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