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연재만화 386c 오늘 3000회… “초등생 독자가 대학생돼 아이디어 보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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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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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중환 화백 14년째 잔잔한 웃음줘

“3000개의 에피소드 중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황중환 화백은 “에피소드마다 사연이 있어 하나를 꼽긴 힘들지만 ‘배려’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새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나무 위에 아파트형 새집을 지어준다는 내용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000개의 에피소드 중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황중환 화백은 “에피소드마다 사연이 있어 하나를 꼽긴 힘들지만 ‘배려’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새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나무 위에 아파트형 새집을 지어준다는 내용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00회를 맞을 땐 막 들떴는데 지금은 담담해요. 하지만 마음속 묵직하게 퍼지는 기쁨과 뿌듯함은 훨씬 크죠.”

본보 연재만화 ‘386c’(삼팔육씨)가 3일 3000회를 맞았다. 1999년 4월 1일 연재를 시작한 이래 14년째 꾸준히 삼팔육 씨의 일상이 독자에게 배달되고 있는 것. 황중환 화백(42)은 “초등학생 독자가 대학생이 돼 소재를 제공하고, 예쁜 여중생이 아기 엄마가 돼 ‘공감한다’는 말을 건네며, 사법시험 준비생이 변호사가 돼 법률 조언을 해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고 웃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 스물아홉이던 황 화백도 이제 40대 중반을 향해 간다. 연재 초기 말썽꾸러기 꼬마였던 첫째 아들 규헌이가 벌써 고등학교에 다니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둘째 아들 규성이는 다음 달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화백과 삼팔육 씨 모두 ‘386’이 아닌 ‘486’ 세대가 됐다. 하지만 그는 “제목은 물론이고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도 ‘486c’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삼팔육 씨가 단순히 특정 세대만을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도전은 하되 무모하지 않은 37세의 감성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생활인을 상징하거든요.”

황 화백은 매일매일 네다섯 컷 만화 속에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그려왔다.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오랫동안 생각한 후 압축해 표현하다 보니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됐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종종 다룬다. 하지만 남의 치부를 드러내며 직설적으로 꼬집지는 않는다. “날을 세우며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건 좋지 않아요. 독자에게 특정 메시지나 감정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깔깔 웃은 뒤 마음속에 남은 잔향으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야죠.”

‘386c’는 가족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황 화백 가족의 실제 사연은 물론이고 독자들이 보내준 소재를 각색한 것도 적지 않다. 그는 “앞으로도 가족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행복이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3000회를 기념해 조만간 가족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앞으로 4000회, 5000회를 넘어 1만 회까지 연재하고 싶어요. 계산해 보니 대략 70세가 될 때까지 그려야 1만 회를 채울 수 있더군요. 손 떨림이 생길지 모르지만(웃음). 그때는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른일곱의 마음을 가진 장난꾸러기 노인, 기대되지 않나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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