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일식 세계화 성공은 장인이 진짜 일본맛 팔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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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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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요리 홍보위해 방한 ‘복요리 전문가’ 미야타케 나오히로 씨

일본에서 ‘복요리의 장인’으로 꼽히는 미야타케 나오히로 씨가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요리 시연을 마친 뒤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의 문화 알리기 프로젝트 ‘쿨 저팬’의 일본 음식 홍보대사로 방한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본에서 ‘복요리의 장인’으로 꼽히는 미야타케 나오히로 씨가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요리 시연을 마친 뒤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의 문화 알리기 프로젝트 ‘쿨 저팬’의 일본 음식 홍보대사로 방한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본에서 복어는 겨울에 먹는 요리로 통해 왔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름 복어’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낸 이가 있다.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오카 시에 본점이 있는 90년 전통의 복어요리점 ‘이즈미’의 3대째 주인인 미야타케 나오히로(宮武尙弘·64)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미야타케 씨를 6일 만나 한일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야타케 씨가 ‘복어=겨울요리’라는 고정관념 깨기에 본격 나선 것은 2007년. 그는 후쿠오카의 복어 요리사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썼다.

“사계절 내내 복어가 잡히지만 ‘폰스’(복어를 찍어 먹는 소스)의 주재료인 유자가 겨울에 난다는 이유로 겨울에만 복어를 먹습니다.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복어는 22종이나 되지만 그중에서 자주복만 먹습니다. 복어처럼 훌륭한 식재료가 버려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여름에 잡히는 복어를 ‘나쓰후구’(일본어로 여름을 나타내는 ‘나쓰’와 복어의 ‘후구’를 합성한 말)라 이름 붙이고 소비를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그는 폰스 없이 복어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해 강연을 하고 다녔다. 맛과 풍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음식을 보존하는 프랑스의 조리법인 ‘콩피(confit)’를 응용해서 만든 ‘콘후’(복어를 기름에 절인 것)도 그중 하나.

그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제 후쿠오카에선 나쓰후구란 말이 많이 쓰인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이번에 방한한 이유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 알리기 프로젝트 ‘쿨 저팬’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6일 일본의 3대 조리학교인 ‘나카무라 조리제과 전문학교’의 한국 분원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일본 요리 ‘냉 붓카케 우동’ ‘버섯 콘후 무침’ ‘시금치무침 가쓰오(가다랑어 맛) 슬라이스’ 등을 시연했다. 그는 일본 간장과 다시마로 우린 국물에 재워놓은 시금치를 보여주며 “일본과 한국의 식재료가 어울려 이렇게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일본식 조리법을 강의하려고 1년에 2, 3번 방한한다.

미야타케 씨는 “아무리 요리사여도 자연의 흐름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려 정직하게 요리를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담은 말이다. 그는 “힘들게 생선을 잡아온 어부들의 정성을 살려주는 게 요리사의 몫”이라며 “이런 이유로 일본 음식은 식재료의 맛이 국물에 빠져나오지 않도록 국물과 재료를 따로 조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요리의 매력을 묻자 그는 “자르는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식감이 중요한 회의 경우 참치처럼 부드러운 생선은 두껍게 썰고 복어와 같이 단단한 생선은 얇게 떠야 한다”며 “나는 복어를 씹기 편하면서도 식감이 좋도록 하기 위해 한 번 썬 뒤 가운데 칼집을 넣어 펼쳐내는 ‘이중 썰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파도 씹어서 맛을 느끼려면 세로로 잘라야 하지만 국물에 우려내려면 가로로 잘라야 한다”며 직접 양파를 잘라 보여주기도 했다.

미야타케 씨는 냉붓카케 우동, 양파수프 붓카케 덮밥, 돼지고기 샤부샤부와 흰깨드레싱 샐러드 등 일본과 한국의 식재료를 함께 사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미야타케 씨는 냉붓카케 우동, 양파수프 붓카케 덮밥, 돼지고기 샤부샤부와 흰깨드레싱 샐러드 등 일본과 한국의 식재료를 함께 사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그는 일본 음식이 세계화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숙련된 요리사가 ‘진짜 일식’을 선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곤 김치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한국 한식당에서 내는 김치는 맛있는데 일본에 있는 한식당의 김치는 맛이 없어요. 비용을 줄인다고 재료도 부실하게 쓰고 빨리 상에 내놓는다고 발효시키지 않다 보니 일본 한식당의 김치는 단지 매운 양념만 묻어 나오는 ‘김치풍 배추절임’일 뿐이거든요.” 그는 “일본엔 음식점 100개 중 5개꼴로 한식당이 있고 그중에서도 야키니쿠(한국식 고기구이) 순두부전문점 전집 등이 인기”라며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선보이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40년간 요리를 해온 그에게 요리란 ‘사람 간의 연결고리’다. 소년시절 미야타케 씨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버지는 이즈미의 요리사였고 어머니는 그곳 종업원이었다. 그는 부모님과의 오붓한 식사를 그리워하며 남은 음식으로 밥을 해먹곤 했다. 이 때문에 중학생이던 그는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결국 3남매 중 막내인 그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가 죽기 전 마지막 음식으로 이즈미의 죽을 먹고 싶다고 해 직접 죽을 쒀 병원으로 가져다준 적이 있다”며 “음식은 ‘삶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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