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파주출판도시, ‘문화’로 북적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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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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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 내 광인사길. 22일 오전 지나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자동차들만 나란히 늘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 내 광인사길. 22일 오전 지나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자동차들만 나란히 늘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 그동안 이동인구가 적어 황량한 느낌마저 준다고 지적받아온 이곳이 ‘북적이는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파주출판도시 책방거리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사 건물 1층에 개별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을 개설해 내년까지 총 100개의 서점을 만들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만 효형출판 대표는 “단순히 책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다. 책방거리를 시작으로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이 어우러져 책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가 넘쳐나는 문화예술단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1층의 유휴시설을 문화센터로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사는 지난달 현재 171개. 2002년부터 지금까지 15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섰지만 각 건물에는 유휴공간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건물 가치가 떨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입주사가 늘고 있다. 심지어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회사도 있다. 책방거리 조성은 출판도시 내 유휴공간을 활용함으로써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문화적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원 들녘 회장은 “자체적으로 서점을 열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마침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기로 했다. 지금 1층이 비어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공간도 활용하고 우리 출판사가 만든 책을 직접 판매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거리위원회는 직·간접적으로 1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저자와의 대화, 독서클럽, 거리공연 등 연중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의 이상 기획위원은 “100개의 서점은 대중의 자발성에 근거한 100개의 문화센터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출판도시로서의 정체성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윤형두 범우사 대표는 “책방거리 조성사업은 사라져가는 헌책방들이 파주출판도시로 들어오는 데 도움을 주고, 헌책방 문화가 되살아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람과 함께하는 도시로


파주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 것은 산업단지로서의 제약으로 도시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문객을 비롯한 이동인구는 많지 않다. 22일 오전 파주출판도시를 찾았을 때, 차량만 늘어서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카메라를 든 대학생들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대학생 이찬우 씨(24)는 “양 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이 아름답긴 하지만 ‘사람과 거리를 두는 도시’ 같다”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책방거리위원회는 경기도, 파주시와 손을 잡고 도로 및 안내판도 정비해 좀 더 ‘친절한’ 이미지의 도시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출판단지의 광인사길와 회동길 약 3km 구간을 통일된 거리 디자인으로 재단장해 서울 인사동길 못지않게 살아있는 책방거리로 꾸미겠다는 생각이다. 서점 개설이 여의치 않은 건물 주변에는 휴식공간 및 환경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책방거리 조성사업의 예산은 30억 원. 위원회는 파주시와 경기도로부터 7억5000만 원씩 지원받고, 파주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에서도 15억 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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