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학회 “중동 = 테러, 고정관념 벗겨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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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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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중동학계가 분주하다.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회 현장이 연일 보도되면서 이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서들도 더불어 조명을 받고 있다. 관련 학회와 연구소들도 머리를 맞댔다.》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동 현안 긴급 진단-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 세미나에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왼쪽)가 이집트 반정부 시위와 그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동 현안 긴급 진단-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 세미나에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왼쪽)가 이집트 반정부 시위와 그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중동학회와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중동 현안 긴급 진단-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를 주관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는 1일에도 이집트 사태 관련 세미나를 연 바 있다.

8일 세미나에 참석한 중동 전문가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반대한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와 그것을 촉발한 튀니지 혁명, 기독교계 중심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 투표 등 중동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의 전개와 의미, 그 전망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장기독재, 지도층 부패, 빈곤 실업 등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가 장기적인 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지면서 아랍권의 전근대성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튀니지 시민혁명과 민주화 전망’ ‘남부 수단 분리 국민투표와 수단’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김효정 초빙연구원과 김종도 연구실장(명지대 교수)도 이들 국가의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 및 인근 지역사회에 총체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 이처럼 ‘중동’이라는 주제 아래 다수의 연구기관이 모여 학술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모임을 주최한 김종도 실장은 “기존에도 각 학회의 연례모임은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 사태의 심각성에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부산외국어대 연구소 소속 일부 중동연구가까지 참여해 연합 토론회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중동학계가 조명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석유파동, 9·11테러 때도 국내 중동학계에 대한 관심과 저변 확대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슈에 따른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연구 인력의 부족을 꼽는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동 관련 학회는 한국중동학회, 한국이슬람학회, 한국아랍어아랍문학회로 3곳. 전문 연구소도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건국대 중동연구소로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건국대의 경우 관련 학부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존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중동학회 김대성 회장은 “이웃 일본의 경우, 중동 관련 박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600여 명, 학회 회원은 일반 회원까지 합쳐 3000여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사학위 소지자는 200여 명이지만 일반인의 관심이 극히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집트 사태라는 ‘호기’를 맞은 학계는 다양한 학술모임과 대중적 접근을 통해 정부와 일반 시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저변 확대에 실패해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로 이어지지 못했던 전례와 달리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도 많다.

김 회장은 “석유파동, 9·11테러, 탈레반 사태 등 기존에 국내에서 회자됐던 중동 이슈들과 달리 이집트 튀니지 수단의 혁명은 중동의 민중이 자국의 억압에도 반항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임을 널리 알렸다”며 “중동에 대한 일반의 의식을 개선하고 대중과 정부의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낼 기회”라고 설명했다.

중동을 공부하려는 연구자들에게는 연구 분야가 넓어졌다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앞으로 중동 ‘문제’뿐만 아니라 중동의 민주화와 그 미래에 대한 연구 분야가 국내에서 새롭게 개척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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