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파란만장한 삶처럼 요동치는 색채… 오토마티즘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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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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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태어난 앙드레 마송(1896∼1987)은 20세기 미술사에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파리에서 큐비즘과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하면서 내면의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는 오토마티즘을 개척했다.

그는 회화에서 새로운 재료적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1930년대 물감과 모래를 혼합하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장 뒤뷔페의 ‘모래그림’의 완성에 영향을 주었다. 1941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직관에 따른 자유분방한 붓질을 특징으로 하는 타시즘과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에 영향을 끼쳤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한지라 국내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20세기 미술의 주요 작가로 꼽힌다.

마송의 작품 세계를 두루 조명하는 국내 첫 개인전이 3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디 갤러리(02-3447-0048)에서 열리고 있다. 1920∼70년대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35점을 선보인 전시다.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시도한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하학적 구성이 돋보이는 ‘방안으로 들어가는 사람’(1925년)은 피카소가 큐비즘에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언급한 바 있고 현란한 색채가 아우성치는 ‘나무 구멍에서’(1947년·사진)는 ‘미국 시대’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생전에 마송은 고통스럽고 폭력적 성의 묘사, 과격한 에로티시즘을 다뤄 화단에 충격을 던졌다. 이번 전시에서도 성을 초현실적으로 다룬 작품을 볼 수 있으나 현대의 눈으로 보면 그리 자극적이지는 않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고 파리에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한 마송은 큐비즘을 거쳐 1924년 앙드레 브르통과의 만남을 계기로 초현실주의 그룹에 합류한다. 이후 브르통의 독선에 반감을 품고 그룹을 떠나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2차 세계대전을 피해 1941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엔 알렉산더 칼더, 아실 고키, 이브 탕기와 교유하며 ‘미국 시대’의 작업을 펼친다. 전시장에 나온 젠 불교와 서예기법의 영감을 받은 작품들도 이 시기의 작품.

“자연의 강렬한 색감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 작가는 초기 추상표현주의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와 친분이 있던 폴록은 마송에게 받은 영감을 토대로 미술의 새 장을 연 것으로 전해진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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