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詩의 언어실험, 언어파괴 경계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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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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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 중진 시인들 쓴소리 “감동 - 소통 없이 지식으로 써”

“디지털 세대만이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소재들로 신선함을 높이고 다양한 실험으로 한국 시의 영역을 확장한 건 인정할 만합니다.”(정진규 시인)

“난해한 외국이론이나 사회과학적 지식에 기댄 실험시가 많아져 시의 본령인 ‘감동과 소통’이 부족해진 것 같아요.”(문학평론가 이경철)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계간 ‘유심’ 편집실에 김남조 이근배 정진규 이가림 서정춘 윤금초 박형준 등 원로 중진 시인 20여 명이 모였다. 문학평론가 이경철 씨가 엮은 시선집 ‘시가 있는 아침’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들은 최근 시단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실험시에 대한 의견을 토로했다.

국내 시단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전통 서정시 대신 환상성, 도시서정, 언어실험 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적 경향들이 생겨났고 이런 흐름은 ‘미래파’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감각적이면서도 난해한 실험적인 시를 선보인 젊은 시인들은 황병승 김경주 김민정 김행숙 김언 시인 등이다. 이 중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등은 1만 부 전후로 판매되며 대중적인 호응을 받았다. 최근 이 시인들은 김수영문학상(김경주), 미당문학상(김언)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으며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됐다.

원로 시인들은 새로운 실험이나 문제제기가 한국 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했다. 이근배 시인은 “이상이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실었을 때 당시 문화부장이었던 이태준은 사표를 늘 갖고 다녔다. 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파격과 진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실험 그 자체에 매몰되는 현상에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 시인은 “당시에는 이상이란 ‘문학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정주, 정지용, 김영랑 같은 전통적 서정 시인이 또 다른 맥을 유지했다”며 “모국어를 깨뜨리는 언어 실험들이 무작정 유행이 돼 버리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도 “최근에 시가 너무 다른 얼굴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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