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아일보 선정 2009 올해의 책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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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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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계는 여느 해보다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크고 작은 출판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 여파로 무게감 있는 책의 출간도 예년에 비해 저조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는 책은 꾸준히 나왔다. 학계와 예술계, 출판계, 문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했다. 선정위원들은 본지가 제시한 책 130권 가운데 각자 10권 안팎의 책을 뽑았다.(가나다 순) 그 가운데 비문학 7권, 문학 3권이 ‘올해의 책’ 영예를 안았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

환경문제는 국제정치로 풀어야
◇ 기후변화의 정치학/앤서니 기든스·에코리브르
‘제3의 길’로 유명한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오늘날 지구촌의 핫이슈인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그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정치적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국가(state)의 역할을 강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맞춰 나와 특히 공감을 자아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죽음에 대한 선인들의 통찰-예지
◇ 내면 기행/심경호·이가서
1200∼1900년대 지식인들이 남긴 자만(自輓·스스로의 죽음을 사색하며 지은 글)과 자명(自銘·자신의 무덤에 묻거나 무덤 앞에 세울 비명을 미리 지은 것)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죽음에 대한 선인들의 통찰과 달관, 빛나는 예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복된 실수가 바른 선택 낳는다
◇ 넛지/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리더스북
올여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철 읽기 좋은 책으로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은 책.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의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해석했다. 저자들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도가니/공지영·창비
광주의 한 사립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성폭력 사건을 토대로 쓴 소설. 저자는 “야만적 폭력과 그것을 눈감아주는 지배계층들의 교묘한 결탁을 고딕적인 분위기로 다뤘다”고 밝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이란 보편적 주제를 생생하게 살려낸 작품”이라고 말했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샘터
암 투병 끝에 5월 세상을 떠난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유작 수필집. 사람들은 이 책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는 “희망을 수혈 받는 에세이”라며, 조영희 에코의서재 대표는 “암 투병 중에 써내려간 한편 한편의 글이 한 줄기 빛처럼 삶에 희망과 용기를 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문학과 철학, 자본주의로 만나다
◇ 상처받지 않을 권리/강신주·프로네시스
“무게감 있는 인문학적인 주제를 신선한 구성으로 풀어냈다”(임진택 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 동서고금의 문학가와 철학자를 짝지어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인 작품. ‘돈’이라는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한 소설가 이상과 돈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한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짐멜을 짝짓는 식이다.

성공은 집중과 반복학습의 산물
◇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김영사
저자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뛰어넘은 사람’을 아웃라이어로 부르며 성공 비밀을 파헤쳤다. 특별한 기회나 문화적 유산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서 1만 시간 동안 노력한다면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은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된 학습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평가했다.


한그루 나무로 떠나는 역사여행
◇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박상진·왕의서재
천연기념물 나무들에 얽힌 역사와 전설을 소개한 책. 저자는 “고목(古木)에 눈을 감고 등을 기대면 나무가 과거의 현장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저 서있는 나무를 관심을 갖고 보면 역사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한 그루의 나무에도 수백 년 역사가 담겼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종교와 과학, 소통의 대화 나누다
◇ 종교전쟁/신재식 김윤성 장대익·사이언스북스
신학 종교학 과학철학 등 전공과 관점이 다른 세 소장학자가 ‘과학과 종교’를 주제로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갈등, 인간 정신의 본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송기원 연세대 교수는 “종교와 과학이라는, 소통되고 있지 못한 문화의 두 중심 화두에 대한 우리 신진학자들의 진솔하고 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평가했다.


1980년대가 갖는 현재적 의미는
◇ 1Q84/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
저자의 이름값과 거액의 선인세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뿌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던 책. 집중된 이목에 걸맞게 출간되자마자 서점가의 반응도 뜨거웠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1980년대를 당대적 사건과 현대적 시각으로 재현하고 고찰하는 문제적 서사”라고 말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강유정(문학평론가) 고석(이레 대표)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구본형(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김기봉(경기대 교수·역사학) 김원(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정치학) 김익한(명지대 기록학대학원 교수) 박문호(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상우(소설가) 박성원(소설가) 박재환(에코리브르 대표)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송기원(연세대 교수·생화학) 신병주(건국대 교수·한국사) 신정근(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이권우(도서평론가)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이주헌(미술평론가) 임진택(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 장대익(동덕여대 교수·교양교직학부) 장은수(민음사 대표) 정민(한양대 교수·국문학)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조연호(시인) 조영희(에코의서재 대표)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허병두(‘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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