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녹아든 ‘근현대사 애환’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얼굴을 단장하는 화장품, 국경일에 거는 태극기, 이를 닦는 치약, 양념을 담아두는 그릇, 뉴스를 듣는 라디오, 드라마를 보는 TV…. 우리가 사용하고 즐기고 누리는 모든 것에는 디자인이 담겨 있다. 디자인은 곧 생활이고 문화다. 한국 근현대 디자인사에 큰 족적을 남긴 디자인 명품 100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이 9월 한 달간 개최하는 ‘한국 디자인 역사를 빛낸 디자인 백선(百選)’.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의 박암종 관장은 “우리는 서구의 디자인 역사는 배웠지만 정작 우리 디자인에 대해서는 까막눈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디자인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

국내 첫 흑백 TV… 상표등록 1호 화장품… 미군 통신선으로 만든 가방…

서울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내달 명품 100점 특별전
휴대전화기-만화캐릭터 등
국내산업 발전상도 한눈에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디자인 명품 100점을 골랐다. 전시는 1부(9월 1∼13일)와 2부(9월 15∼30일)로 나뉜다. 1부에선 개화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디자인 명품 52점을 선보인다. 1883년 창간된 한국 최초의 근대신문으로 인쇄디자인의 시발점이 된 한성순보, 1900년 대한제국 황실의 공식 문장으로 제정된 이화(李花)문장, 한국의 대표적 상징물인 태극기가 최초로 소개된 서적, 우리나라 화장품 가운데 1920년 처음 상표등록한 ‘박가분(朴家粉)’, 1936년 시인 이상이 표지를 디자인한 김기림의 시집 ‘기상도’, 1950년대 미군 삐삐선(군용통신선)으로 만든 가방, 1959년 출시된 최초의 국산 라디오 ‘금성 A-501’ 등.

아련한 추억과 함께 근대 디자인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것들이다. 대담하고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1920, 30년대 디자인도 많다. 상표등록 1호 화장품인 박가분을 보면 포장용기의 노란색 바탕과 붉은색 모란, 대각으로 가로 지른 굵은 먹띠와 흰색 박가분 상표의 대비가 강렬하고 화려하다. 김기림의 시집 ‘기상도’는 시인, 건축가,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이상의 작품.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모던하면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1950년대 미군용 삐삐선으로 만든 가방 디자인도 흥미롭다. 삐삐선은 당시 재활용품으로 많이 활용된 통신선이었다. 이 삐삐선을 엮어 바닥과 입구는 촘촘하게 짜고 중간 부분은 물결 모양으로 엮어 멋을 냈다.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낭만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2부는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디자인 명품 48점을 한데 모은 자리. 1970년대 제일제당 조미료 제품의 캐릭터였던 아이미, 국내 최초의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 1988년 서울 올림픽 포스터 자료, 2003년 출시된 뽀로로 캐릭터 등 한국 디자인의 비약적인 발전상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9월 3, 17일 오후 4시엔 박암종 관장과 오근재 홍익대 산업디자인대학원 명예교수의 특강이 열린다. 070-7010-4346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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