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71>경제개발의 길목에서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71>동북아의 협력과제
한국, 동북아 물류중심 최적 조건
시베리아 가스관-횡단철도 효과적
환경문제 등 논의할 지역기구 필요

국제 경쟁을 떠나 우리가 중국 경제 성장의 파급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서 한국을 동북아의 인류(人流) 물류(物流)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인천공항은 동북아 최대 공항 가운데 하나이고, 부산과 전남 광양시는 동북아의 주요 물류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한반도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 도로, 통신망,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한국의 역할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거기에서 파생하는 소득과 고용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두 가지 예를 든다. 먼저 한국 일본 중국은 다같이 석유 수입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안보 문제가 있다. 그런데 시베리아에는 거의 무진장의 천연가스가 있다. 이 천연가스를 개발해 파이프라인으로 중국 북한을 거쳐 남한 일본으로 연결하면 시베리아, 중국, 북한, 남한, 일본이 다같이 이득을 보게 된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29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스프롬은 이날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5년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연간 750만 t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해 육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북한을 설득하는 일은 우리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맡기로 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예로 한반도의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로 연결하면 일본에서 유럽까지의 화물 수송 시간을 30일에서 17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수송 일수와 비용을 이보다 더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지금 남북한 간의 철도 연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러한 철도망의 건설은 시베리아 몽골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참고로 1999년 3월 16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지역경제협력위원회가 한반도, 중국,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동북아 횡단철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사업은 한중일 3국의 공동 이익이 되는 동시에 한국의 물류 기지가 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여러 경로로 얻는 것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 밖에도 동북아 각국의 공동이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에너지자원개발, 환경보호,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시베리아와 연해주 개발 등이다. 이 중에서도 환경보호가 가장 시급하다. 중국의 공업화에 따른 동북아의 환경오염, 몽골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멀리는 미국까지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다음가는 전력 생산국으로 발전량의 7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오염이 중국 자신은 물론 인접국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금 여러 나라들은 화석연료 대신에 풍력, 조력, 태양열 등의 대체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앞으로 10∼20년간은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석탄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과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고, 황사 문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북아에는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결정하는 국제적 협력기구가 없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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