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86>富貴而利濟於世者爲榮

  • 입력 2008년 3월 31일 03시 00분


富(부)는 부유하다는 뜻이다. 위의 면(면)은 집을 나타낸다. 그 아래는 독음을 표시하는데, 배가 가득한 모습으로 글자의 뜻과도 직접 관련된다. 즉 이 글자는 배가 부른 채로 집안에 있는 것을 나타내며, 부유하다는 뜻과 풍부하다는 뜻을 지녔다.

이처럼 독음을 나타내는 부분을 두어 만든 形聲字(형성자)가 전체 한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 경우에도 독음을 나타내는 부분이 글자의 뜻과 직접 관련되는 경우가 흔하다. 貴(귀)는 값이 비싸다 또는 신분이 높다는 뜻이다. 동사로 귀하게 여기다의 뜻이 있으며, 貴社(귀사)처럼 상대를 높이는 데에도 쓴다.

利(리)는 刀(도)와 禾(화)가 모여 칼로 벼를 베는 것을 나타내며 銳利(예리)하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이롭다는 뜻과 이익의 뜻이 나왔다. 濟(제)는 물 또는 위험이나 어려움을 건너다의 뜻이다. 同舟共濟(동주공제)는 같은 배로 함께 강을 건너다, 즉 함께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함을 뜻한다. 共濟會(공제회)의 목적이기도 하다. 救濟(구제)하다의 뜻도 있으니, 여기서의 利濟(이제)는 이로움을 주며 구제한다는 뜻이다. 者(자)는 여기서처럼 조건을 나타내기도 한다. 榮(영)은 꽃이 피고 이삭이 패는 것으로, 무성하다 또는 榮光(영광)이나 榮譽(영예)의 뜻이다.

“가난하고 비천함은 모욕이 아니다. 가난하고 비천해도 남에게 아첨할 때만 모욕이 된다. 부유하고 귀함은 영예가 아니다. 부유하고 귀해도 세상에 이로움이 되고 구제하는 바가 있을 때만 영예가 된다.” 빈부와 귀천 자체는 결코 모욕이나 영예가 아니다. 오직 어떻게 처신하며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모욕과 영예를 결정할 뿐이다. 淸(청) 王永彬(왕영빈)의 ‘圍爐夜話(위로야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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