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어머니 그리움 詩心에 담아…”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8년 만에 시를 발표한 박경리 씨. “체력이 벅차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시를 쓴 것”이라는 박 씨는 “이 시들은 내 목소리”라며 창작열을 드러내 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8년 만에 시를 발표한 박경리 씨. “체력이 벅차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시를 쓴 것”이라는 박 씨는 “이 시들은 내 목소리”라며 창작열을 드러내 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된 박경리 씨의 신작시 ‘까치 설’ 일부분. 박 씨의 육필 원고를 그대로 수록해 시의 분위기가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현대문학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된 박경리 씨의 신작시 ‘까치 설’ 일부분. 박 씨의 육필 원고를 그대로 수록해 시의 분위기가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현대문학
박경리 씨 8년 만에 신작 詩 3편 발표

‘어쩌다가 곡식 한 알갱이 떨어져 있으면/그것은 새들의 차지/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목이 메이게 척박했던 시절/그래도 나누어 먹고 살았는데’(‘까치 설’에서)

원로 작가 박경리(82) 씨가 최근 나온 월간 ‘현대문학’ 4월호에 ‘까치 설’ 등 시 3편을 발표했다. 1999년 9월 ‘현대문학’에 시 5편을 싣고 이듬해 시집 ‘우리들의 시간’을 출간한 뒤 8년 만에 세상에 내놓는 시편들이다.

그는 소설 ‘토지’의 작가로 잘 알려졌지만,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 거주하는 박 씨는 28일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다 뿐이지 써놓은 시가 60, 70편에 이른다”며 “그중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세 편을 골라 이번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까치 설’은 박 씨가 일관되게 말해온 자연과 환경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다.

‘옛날의 그 집’은 소설 ‘토지’를 탈고한 원주 단구동 옛 집을 회고하며 쓴 작품이다. 이 가운데 ‘까치 설’은 박 씨가 원고지에 쓴 육필 그대로 ‘현대문학’에 실었다.

“세 편 모두 지난해 가을에 쓴 시인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만, 어머니한테는 유명한 딸보다 옆에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게 효도인데, 나는 불효막심했지요. 부모는 자식한테 봉사해도 자식은 부모한테 봉사 못해요. 그게 그렇게 마음에 오더군요. 3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란 시를 썼습니다.”

박 씨는 이런 심정을 ‘꿈에서 깨면/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는 구절에 담았다.

그가 생활하는 토지문화관은 작가들이 애용하는 창작 집필공간이다. 후배 작가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자 손수 배추와 상추 고추 파를 재배했던 그는 “최근엔 힘에 부쳐 직접 농사일을 못하고 사람을 시키는데 그렇게 속상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는 현대문학에 연재하다 중단한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를 지난해 미완인 채로 책으로 냈다.

“욕심을 갖고 시작했는데 집필 중 혈압이 200까지 올라가며 체력이 받쳐주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박 씨는 “최근 식중독으로 한참 고생했다”며 “몸이 좀 가라앉으면 그동안 쓴 시를 정리해 시집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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