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은 학문올림픽의 해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세계 언어학, 철학, 사회학, 물리학계의 거물들이 올해 하반기 대거 한국을 찾는다. 분야별로 가장 권위 있는 세계 학술대회가 잇달아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7월 21∼26일 열리는 ‘세계언어학자대회’(18회)와 7월 30일∼8월 5일 열리는 ‘세계철학대회’(22회)는 각각 5년마다 열려 해당 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대회다.

세계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잇달아 열리는 것에 대해 학자들은 “한국의 연구가 세계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언어학-철학-사회학-물리학 국제학술대회 줄줄이 열려

세계언어학자대회를 준비 중인 한국언어학회는 최근 초청 학자와 프로그램을 확정짓고 세부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고려대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는 50여 개국에서 1500여 명의 학자가 참가한다. 분과별로 발표될 논문만 해도 850여 편에 이른다.

이 대회는 192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시작됐으며 5년마다 열리는 대회에서 언어학과, 인접 학문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해 왔다. 한국언어학회는 2004년 총회에서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 순수 언어학의 연구 성과뿐 아니라 언어 정책, 언어 교육, 전산 언어학, 인지 언어학, 인공지능 언어 등 응용 분야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수 민족 언어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한국어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다.

공동조직위원장인 홍재성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언어학 연구 수준도 매우 높아진 만큼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언어학이 세계무대에 올라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언어 진화 연구에 독보적인 진 애치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어휘의 구조를 연구하는 제임스 푸스테요프스키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 언어 인권 연구의 권위자 수전 로메인 옥스퍼드대 교수 등이 참가한다.

사회학계에서는 6∼7월 서울대 등에서 분과별로 잇달아 열리는 세계사회학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월에는 이론사회학, 7월에는 농촌사회학과 군대사회학 분과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특히 7월 14∼17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세계군대사회학대회는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다. 주세페 카포리오 세계군대사회학회장을 비롯해 관련 학자들이 대거 참가한다.

주제는 ‘세계화 시대 군대와 분쟁 해결’. 국가 간 군사 협력, 해외 파병이 군인 가족에 미치는 영향, 징병제와 모병제, 아시아에서의 군,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의 평화유지활동 비교 등이 논의된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분쟁 지역인 한국에 군대사회학 연구자들이 모여서 학술대회를 열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보여 줌으로써 한국을 군대사회학 연구의 세계적 중심지로 부각시킨다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10월 8∼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여성물리대회도 지난해 실무그룹 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제3차 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아시아권에서 처음이며 70여 개국에서 500여 명이 참가할 예정. 세계 각국의 여성 물리학자들의 연구 현황과 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여성 물리학자들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다.

광학물리학의 권위자 모니카 리트슈마르테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메디컬대 교수, 한국 출신의 입자물리학의 권위자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이 참가한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박영아 명지대 교수는 “섬세함과 유연함 등 여성의 강점과 잠재력이 미래 융합 기술의 절대 요소로 각광받으면서 여성의 역할이 부각되는 시기에 한국에서 이런 큰 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뜻 깊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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