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벤처정신 무장한 에도시대 거상들…‘거상들의 시대’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01분


◇ 거상들의 시대/와키모토 유이치 지음·강신규 옮김/391쪽·1만8000원·한스미디어

《극일(克日)을 위해선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일본이 어떻게 해서 경제 대국, 문화 강국이 되었는지.

그리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지금 일본이 가진 힘의 뿌리는 경제 번영의 초석을 마련한 에도시대(1603∼1868)에서 찾아야 한다. 에도시대가 일본 근대를 꽃피웠다는 견해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벤처정신 무장한 日 에도시대의 거상들

이 책은 그 에도시대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특히 에도시대 경제 시스템의 성립과 변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저자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에도시대 경제에 대한 저자의 추적은 다양하고 치밀하다. 저자는 우선 에도시대는 무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정치 중심의 시대가 아니라 민간의 활력이 넘쳤던 경제 중심의 시대였다고 강조한다.

그 번영을 낳은 것은 강렬한 벤처정신을 가진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은 환금융을 통해 시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어음을 통한 신용경제를 구축했으며 다양한 수상교통을 발달시켰다. 오사카 상인들은 세계 최초의 선물거래소인 쌀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상업의 부흥은 대도시를 탄생시켜 에도(지금의 도쿄), 교토, 오사카 등 3대 메갈로폴리스(거대도시)가 건설되었다. 18세기 당시 에도의 인구는 100만 명으로 파리 54만 명, 베이징 50만 명의 두 배 규모였다. 소비도 늘어 일본에서 처음으로 대중소비사회가 형성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경제 부흥이 역설적으로 당시의 쇄국정책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상인들이 온갖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말 한마디가 눈길을 끈다. “조선으로부터 전수받은 문물이 없었더라면 에도시대의 경제 번영은 절대로 이룩할 수 없었다”는 말.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해 준 한국. 그 한국의 근현대사는 어떠했는가. 16, 17세기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시대 자기 기술을 받아들였다. 일본 자기의 탄생은 철저하게 조선 덕분이었다. 지금 일본은 세계 최고의 도자기 생산 및 수출국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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