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판인의 지방 나들이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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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문학 출판인 초청 교류 간담회’.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전국의 지방 작가들과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정양환 기자
17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문학 출판인 초청 교류 간담회’.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전국의 지방 작가들과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정양환 기자
“출판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사실입니다. 출판사가 지역의 숨은 작가들을 직접 발굴하는 것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선에 나선 만큼 새로운 교류 모델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강맑실 ‘사계절’ 대표·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의 한 식당 홀.

‘돌베개’ ‘마음산책’ ‘창해’ 등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출판사 대표 12명과 지역 문인 30여 명이 북적거리며 인사를 나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지만 긴장감도 은근히 보였다. 더구나 자기 작품을 출판사 대표들에게 돌리는 문인들의 모습은 낯설기도 했다.

이날 자리는 전주시 산하기관인 전주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학 출판인 초청 교류 간담회’. 중앙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전북 지역 작가들과 서울 지역 출판사가 만나 함께 출판 기획을 의논하는 자리였다. 지자체가 앞장서 출판 교류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출판사들도 작가 발굴의 차원에서 적극 나섰다.

간담회의 분위기는 열악한 지방 작가들의 목마름을 그대로 대변했다. 김미림(시인)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임교수, 김상휘 전북소설가협회장, 소재호(시인) 전 전북문인협회장 등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남원 출신의 한 문인은 지방 문학계 소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다 참석자들에게 제지를 당할 정도였다.

진동규 전주문인협회장은 “지방 작가들은 서울의 출판사를 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지방 출판사에서만 책을 내다 보니 그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한계를 많이 겪었다”면서 “지역 작가와 중앙 출판사가 함께 참여해 작품을 고르는 ‘오픈 마켓’을 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방 작가들의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재단 측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수도권 공연기획자들과 지방 연극계 인사들의 만남을 주선해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 장명수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은 “5개의 공연 아이템이 쇼케이스(시범공연)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토대로 연합 공연을 추진 중”이라면서 “출판도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한국출판인회의와 전주문화재단이 지속적인 간담회 추진 및 출판을 위한 상호 협력을 약속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재단의 장기 프로젝트인 ‘일제 식민시대 구술실록’을 한국출판인회의가 출판 유통을 담당하기로 했다.

구술실록은 20세기 초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근대 생활과 관련된 구술을 채록한 총서. 1907∼45년을 1권으로 내고, 이후 2006년까지 100년간을 조명한 시리즈물이 나올 계획이다.

아울러 전북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시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제안됐다. ‘커뮤니케이션북스’의 박영률 대표는 “‘금강의 시인’ ‘낙동강의 시인’식으로 지방 시인의 시를 지역별로 묶어 시리즈로 내는 기획을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8일까지 1박 2일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송하진 전주시장도 참석했다. 한성봉(출판사 동아시아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은 “지자체에서 중앙과 지방 교류에 발 벗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전주 지역을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에도 연계 의사를 타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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