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92>文喩之炊而爲飯, 詩喩之釀而爲酒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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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문)은 문장으로서 뒤의 詩(시)와 대비되는 산문을 가리킨다. 喩(유)는 比喩(비유)하다 즉 비슷한 사물을 끌어다 설명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비유된다는 뜻이다. 깨우쳐 일러준다는 뜻과 밝히다 즉 설명한다는 뜻도 있다. 喩旨(유지)는 뜻이나 의도를 밝혀 알린다는 뜻이다.

之(지)는 흔히 지시대명사로 쓰이나, 때로 동작이나 행위가 관련되는 대상을 소개하는 전치사와 같은 역할도 한다. 즉 비유되는 대상을 소개하며 於(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炊(취)는 불을 때다 또는 밥을 짓는다는 뜻이다. 炊事(취사)는 밥 짓는 일 또는 식사를 마련하는 일을 가리킨다. 而(이)는 앞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爲(위)는 만들다의 뜻이다. 飯(반)은 밥이다.

釀(양)은 발효시키다 또는 술을 빚는다는 뜻이다. 釀造(양조)는 발효작용을 이용하여 술이나 간장과 식초 등을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酒(주)는 술이다. 술에 취한 뒤의 허튼 수작은 酒邪(주사)이다. 또 여러 차례에 걸쳐 빚은 진한 술은 酎(주)라고 한다. 흔히 마시는 술의 상표에서 燒酎(소주)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다.

淸(청)의 吳喬(오교)는 산문과 시 쓰는 일을 각기 밥 짓고 술 빚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전자는 글 안의 뜻에 해당하는 쌀을 변형시키지 않으나 후자는 변형시킨다고 하면서, 산문과 시의 언어 사용이 달라서 산문은 의미 전달을 분명하게 하며 시는 언어를 변형시켜 완곡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또 각각의 효과가 달라서 밥은 배부르게 하고 술은 취하게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면 산문으로 배도 불리고 간간이 시에 취해 봄직도 하다. 시에 대해 논한 ‘圍爐詩話(위로시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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