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힙합으로 통한다… 지구촌 묶는 예술-비즈니스로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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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에 가까운 소리와 눈에 거슬리는 패션…. 물질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오던 힙합이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근호는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여지던 힙합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진정한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야흐로 ‘힙합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이다.

최근 중국 40개 도시에서 150차례 진행된 힙합 공연은 다국적 문화가 된 힙합의 현주소를 잘 보여 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기업가가 프랑스 기업 소유의 폴란드 보드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인 래퍼를 동원해 순회공연을 한 것.

아프리카계 남미인의 영향을 받아 미국 뒷골목에서 만들어진 힙합은 4대 요소인 랩 음악과 디제잉(턴테이블을 이용한 믹싱과 스크래칭), 그래피티(낙서 미술), 브레이크 댄스를 한데 결합한 것이다.

힙합은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큰 예술운동이라는 게 포린폴리시의 평가다. 로큰롤과 보사노바의 열풍도 세계를 휩쓸었다곤 하지만 거대 미디어 자본을 등에 업고 각종 상품에 접목된 힙합과 비교하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정도라는 것.

이런 영향력은 힙합 자체가 엄청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랩 앨범은 무려 5900만 장. 힙합과 관련된 미국의 잠재구매력이 78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인 래퍼인 ‘50센트’는 2004년 생수회사와의 광고 계약으로 하룻밤에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젠 힙합이 아니면 영화와 신발, 의류는 물론이고 스낵류 장사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업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혁을 이끄는 요소도 눈길을 끈다. 뉴욕의 갱 리더였던 아프리카 밤바타는 1970년대 힙합 파티에 참석한 뒤 마음을 고쳐먹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도시 정화에 앞장섰다.

이제 힙합은 환경, 치안, 교육 분야의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는 세계 각국 진보적 운동가들의 단골 소재다. 스웨덴 비정부기구는 힙합을 활용해 이민자나 젊은 근로자의 불평불만을 달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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