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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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신병주 지음/414쪽·1만8500원·책과함께

18세기 조선 정조가 창덕궁에 세운 규장각은 학문 연구 및 개혁의 산실이자 귀중한 자료를 간행하고 보존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역사학 한문학 지리학 미술사 등 각 분야의 귀중한 자료들로 가득하다. 그 규장각이 바로 지금 서울대에 있는 규장각이다.

15년간 규장각 연구원으로 일해 온 저자가 규장각에 있는 수많은 사료 가운데 대표적인 명품 80여 점을 골라 그 내용과 의미, 다양한 에피소드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어필(御筆), 왕실 요양소였던 온양온천의 행궁 모습을 전해 주는 온양별궁전도, 조선시대의 외국어 학습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각종 의궤,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대동여지도와 각종 지도 등. 이들 명품에 대한 저자의 다양하고 해박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조선시대 문화사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명품을 만나는 재미가 각별하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시대 중국어 회화 교재였던 ‘노걸대(老乞大)’라는 책. ‘노’는 상대를 높이는 접두어로 우리말의 ‘씨’, 영어의 ‘미스터’라고 볼 수 있다. ‘걸대’는 몽골인이 중국인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었다.

‘노걸대’는 3명의 고려 상인이 말과 인삼, 모시를 팔기 위해 중국에 드나드는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꾸민 책이다. 말을 사고파는 법, 여관에 투숙하는 법, 중국인들에게 인삼을 소개하는 법 등이 중국어로 소개돼 있다. 여행 비즈니스 중국어 회화 책으로 요즘 서점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충남 태안 바닷가 지역의 지도도 흥미롭다. 이 지도에는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다. 이 점선은 운하 공사 예정지를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곡물 운반선이 너무 자주 침몰하다 보니 물살을 다스리려 운하를 건설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고려청자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는 지역이다. 고려 때 청자 운반선이 물살이 거센 이곳을 지나다 자주 침몰했기 때문에 지금 청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니 태안 지역 지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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