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0일 열리는 한국목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고대 한국 목간에 보이는 석독표기(釋讀表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2002년 충남 부여군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6세기 백제 사면목간(四面木簡)의 왼쪽 옆면에서 향찰 표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소리저이기신자여흑야(小吏猪耳其身者如黑也)’. 이를 김 교수는 “작은 관리(小吏) 저이(猪耳)는 몸(색깔)이(其身者) 까무잡잡하다(如黑也)”로 풀이했다.
이 중 김 교수가 향찰로 지목한 글자는 ‘저이(猪耳)’. ‘저’는 석독자(釋讀字·한자의 뜻을 따온 단어)로 돼지를 뜻하는 ‘돝’을, ‘이’는 주격조사 ‘ㅣ’를 뜻한다는 것. 따라서 ‘저이’는 ‘돝’+‘이’로 ‘도치’라고 읽혔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실제로 몇몇 지방에서는 여전히 돼지를 ‘도치’로 읽기도 한다는 점과 고슴도치의 ‘도치’가 여기에서 파생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 교수는 “이로써 향찰 표기의 기원은 8세기 신라가 아닌 6세기 백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향가를 신라인이 창안했다는 기존의 학설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선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자료 해석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연구는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향찰
한자의 새김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기록한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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