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만화적 상상력…‘플라톤의 향연’&‘뒤마가 사랑…’

  • 입력 2006년 12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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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향연/조안 스파르 지음·이세진 옮김/169쪽·9500원·문학동네

◇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카트린 뫼리스 지음·김용채 옮김/113쪽·1만 원·세미콜론

프랑스에서 건너온 이 두 권의 책은 매우 불온하다. 이미 여러 차례 발간된 고전에다 낙서 같은 그림을 잔뜩 덧붙여 독자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우선 ‘플라톤의 향연’을 보자.

서양철학의 고전인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 등 당시 아테네의 유명 인사들이 밤새 술을 마시며 사랑의 신 에로스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술자리의 주제가 에로스인 만큼 음담패설에 가까운 내용이 많다. 특히 당시 그리스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성애 못지않게 동성애가 유행한 만큼 노골적인 남색 예찬이 많이 등장한다.

근엄한 플라톤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소크라테스가 에로스를 예찬하는 형식을 빌려 ‘지혜에 대한 사랑(철학)’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주장한 점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유명 만화가인 조안 스파르(35)는 이 책에서 펼쳐지는 고담준론의 여백에다 낯 뜨거운 낙서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 딱딱한 책을 낄낄거리며 읽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파네스가 유명한 ‘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때 양성애 장면이 등장하고, 소크라테스를 숭배하는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의 애정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동성애 장면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또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와 아가톤이라는 두 젊은이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즐기는 의뭉스러운 노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책이 플라톤의 텍스트 옆에 이를 뒤집는 그림 낙서를 포개는 방식으로 음성다중의 이야기를 펼쳤다면 ‘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는 텍스트와 그림이 서로 이어받으며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들라크루아가 작고하고 1년 뒤인 1864년 12월 10일 그의 작품 30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렸을 때 그의 친구이던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한 유명한 추모연설을 글과 만화의 결합으로 풀어낸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트린 뫼리스(26)는 입심 좋고 냉소적인 뒤마와 내성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들라크루아를 뚱뚱이와 홀쭉이로 대조적으로 묘사하며 뒤마의 기지 넘치는 연설을 재밌게 끌고 간다.

들라크루아의 극적인 삶에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재치도 일품이지만 들라크루아의 유명 작품들을 흉내 낸 삽화를 화면 곳곳에 배치한 예술적 감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한 만화를 넘어서 텍스트와 그림의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려는 실험의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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