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印紙’ 다시 선보입니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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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씨가 1990년대 초반에 낸 장편소설 ‘길 없는 길’에 붙어 있는 인지.
소설가 최인호 씨가 1990년대 초반에 낸 장편소설 ‘길 없는 길’에 붙어 있는 인지.
소설가 박민규(38) 씨는 최근 예담출판사와 신작 소설을 출간하기로 계약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소설에 ‘인지(印紙·사진)’를 붙이겠다는 것.

인지는 저자의 도장이 찍힌 종이. 책에 인지가 등장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요즘처럼 전산화가 이뤄지기 전엔 책의 인쇄 부수를 확인하는 필수 수단이었다. 출판사가 일정부수의 책을 인쇄한 뒤 종이에 인쇄 부수만큼 칸을 그려서 보내면 저자가 칸마다 도장을 찍어 만든다. 이 종이를 제본소에서 낱낱이 잘라 책에 붙인 것.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도장 찍는 아르바이트생을 임시로 구할 정도”였다고 한 출판사 관계자는 귀띔한다. 수입의 척도였지만 자신의 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낭만이기도 해서 인지용 도장을 따로 만드는 작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지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차츰 사라졌다. 바코드를 비롯한 전산화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종이를 일일이 자르고 풀로 붙여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할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저자와의 협의 하에 인지를 생략합니다’라는 문구로 대치됐다가 이후 그마저도 사라졌다.

연말 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인 작가 박 씨에게 인지를 붙이려는 이유를 묻자 “멋있어 보여서요…. 로맨스죠”라고 답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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