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하늘의 ‘대한민국 불침번’ 해상초계기 동승기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2분


코멘트
28일 오후 해군 6전단 소속 해상초계기 P-3C가 악천후를 뚫고 다다른 독도 상공. 마침 몰아친 강풍과 격랑에도 아랑곳없이 독도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꿋꿋하게 동해를 지키고 있었다. 동해 상공=윤상호 기자
28일 오후 해군 6전단 소속 해상초계기 P-3C가 악천후를 뚫고 다다른 독도 상공. 마침 몰아친 강풍과 격랑에도 아랑곳없이 독도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꿋꿋하게 동해를 지키고 있었다. 동해 상공=윤상호 기자
《“눈보라를 동반한 터뷸런스(난기류)입니다.” 28일 오후 5시 40분경 동해 울릉도 인근 바다 400m 상공. 동해 초계비행(적의 공습으로부터 특정한 대상물을 보호하기 위한 비행)을 위해 발진한 해군 제6전단 소속 해상초계기 P-3C의 조종간을 잡은 이진용 중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풍으로 기체는 심하게 요동쳤다. 사방은 온통 먹구름이 끼어 시계(視界)도 최악의 상황. 저공비행하는 P-3C의 창밖으로 거대한 파도가 초계기까지 덮쳐 올 듯 넘실댔다.

조종석 뒷자리에서 간신히 몸을 가누던 기자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대원들과 기체의 안전을 책임진 현장 지휘관인 이 중령이 결단을 내렸다.

“울릉도 초계는 취소하고 독도로 간다. 고도 5000피트(약 1500m) 상승 후 전속 비행.”

악천후를 피해 급상승했지만 불안정한 기류로 기체의 흔들림은 여전했다. “독도 상공도 이런 날씨라면 모든 임무를 취소하고 귀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중령의 얼굴에 착잡함이 묻어났다.

동아일보 창간 86주년을 맞아 영토와 영공, 영해의 파수꾼인 P-3C를 타고 독도를 찾은 기자는 일본의 끊임없는 영유권 주장에 시달리는 이 섬을 눈앞에 두고 기수를 돌리는 일이 없길 간절히 기원했다.

28일 부산을 거쳐 독도와 북방한계선(NLL)에 이르는 해상 초계임무를 마치고 어둠이 깔린 포항기지로 귀환한 해군 6전단 소속 P-3C 승무원들. 사진 제공 해군 6전단

오후 6시 10분경 독도 상공에 다다른 P-3C가 천천히 하강해 먹구름 층을 통과하자 검푸른 바다 저편에 섬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잠시 후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독도의 장엄한 모습이 펼쳐졌다.

‘목숨 바쳐 날 지켜준 선배 지킴이들처럼 그대들도 강풍과 눈보라를 뚫고 날 보러 와 주었구나.’ 외롭지만 당당해 보이는 독도가 말을 거는 듯했다. 조선시대 혈혈단신으로 독도에서 일본인들을 쫓아낸 안용복(安龍福), 6·25전쟁의 틈을 타 독도를 강탈하려는 일본 해경과 격전을 치른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의 헌신과 독도 사랑이 절절이 느껴졌다.

마침 사납던 바람도 다소 가라앉았다. P-3C는 독도 상공 300m까지 내려가 주변을 수차례 선회하며 일본 순시선과 어선들의 접근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예정된 초계임무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대원들은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기수를 북으로 돌렸다.

북방한계선(NLL) 남쪽 10마일(약 18km) 상공까지 접근한 P-3C는 조종석 아래에 탑재된 적외선열상장비(IRDS)를 가동해 인근 해상의 선박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수면과 함정의 온도 차를 감지해 선박 형태까지 잡아냈다.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귀 선박의 국적과 선명을 밝혀 주십시오.”

무선통신을 받은 선박들의 답신이 이어졌고 P-3C는 육안식별을 위해 해상 100m까지 하강했다.

칠흑 같은 밤에도 P-3C의 임무는 계속됐다. 기내에 탑재된 여러 개의 레이더 화면에는 주변 해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의 종류와 항로가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었다. 이런 전천후 성능 덕분에 P-3C는 전투기나 함정의 출동이 힘든 악천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오후 9시경 임무를 마친 P-3C가 경북 포항기지 활주로에 안착하자 대원들은 격려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해군 6전단장 임철순 준장은 “현재 8대인 P-3C가 2010년까지 16대로 늘어나면 24시간 물샐틈없는 감시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3C:

첨단추적장비와 강력한 레이더로 반경 수백 km 내 최대 250여 개의 목표물을 추적 식별할 수 있어 ‘잠수함 헌터(sub hunter)’로 불린다. 사거리 90km인 하푼 미사일을 최대 6기까지 장착할 수 있어 웬만한 구축함과 맞먹는 화력을 자랑한다. 비행기 대당 가격은 1000억 원이 넘는다.

1995년 8대의 P-3C를 도입한 해군은 10년간 무사고 비행을 기록했고 해외훈련도 매년 실시한다. 하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05대를 보유하고 있다.

독도 해상 초계체험 사진보기

동해 상공=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