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근대 일본의 전쟁논리'

  • 입력 2003년 4월 11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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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전쟁논리/가토 요코 지음/박영준 옮김/289쪽 1만2000원 태학사

1894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의 청일전쟁과 1904년 2월부터 1905년 9월까지의 러일전쟁.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31년 9월 만주사변.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 근대국가로 향하는 일본은 거의 10년에 한 번 꼴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에 관여했다.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또 당시 일본의 위정자와 국민은 어째서 ‘전쟁을 일으켜도 좋다’ 또는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을까.

일본에 반전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도쿠 슈스이(幸德秋水)는 1901년 저서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를 통해 “독일은 보불전쟁을 일으켜 승리한 뒤 프랑스로부터 배상금을 얻어냈지만 나중에는 경제력에서 프랑스에 뒤져 결국 소득을 올린 것이 없었다”며 전쟁 무용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쟁 논리’에 파묻히고 만다.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는 ‘문명의 적’인 러시아와의 전쟁을 주창한다. 러시아는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즉 문호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명의 적이라는 것. 요시노는 ‘문명을 위해서, 또 러시아 인민의 안녕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러시아가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게 되면 전제국가에서 입헌제국가로 변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 인민의 안녕과 결부된다는 주장이었다.

나아가 요시노는 “러시아를 응징하는 것은 일본 국민이 하늘에서 부여받은 천명이다”라고까지 주장한다. 앞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청일전쟁을 ‘문명과 야만의 전쟁’으로 결론지었던 것과 같은 의미를 요시노는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에 부여했던 것이다.

이렇듯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이 역사적 사실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가를 돌아보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문제 제기다. 도쿄대 대학원 인문사회연구과 조교수인 저자는 메이지 초기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 주도해온 전쟁을 일본 스스로 어떻게 정당화했는지를 당시의 정책 문서와 사료를 통해 탐구했다.

당시 여론의 추이와 전쟁 논리 획득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근대 일본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교양학부에서 강의한 내용을 풀어 쓴 것으로 책의 전개 역시 강의 형식으로 돼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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