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전세계 10억명 비만… “살과의 전쟁중”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45분



《사람은 배가 불러도 맛있는 케이크를 보면 참지 못한다. 살로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이 간다. 이런 본능 때문일까. 세계적으로 10억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며 이 중 2200만명은 5세 이하의 어린이다. 미국에서 심한 비만 환자들은 패스트푸드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며 맥도널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치명적인 비만으로 위의 대부분을 자르거나 창자를 줄이는 수술을 받는 환자가 6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정말 끝없는 식욕은 본능일까. 왜 사람들은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일까.》

영국 해머스키스 병원의 비만 전문가인 스티븐 블룸 박사는 “식욕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것은 섹스나 부(富)에 대한 욕구가 만족됐을 때 제어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안데스 산맥에서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음식이 없자 사람들은 동료의 인육을 먹었다. 여기에 시사점이 있다. 식욕은 어찌할 수 없는 욕구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은 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트레스, 지루함, 식도락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비만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수렵 채취시대 때부터 수 백만년 동안 음식이 없을 때를 대비해 몸 안에 지방을 오랫동안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지방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생존했고 이 능력은 후손들에게 대물림됐다. 그러나 지금 이 능력은 짐이 됐다.

밴더빌트대 인간영양학센터의 도든 젠슨 박사는 “유전자는 다음에 먹게 될 음식이 내일이나 며칠 뒤에 생길지도 모른다고 가정한다”면서 “그러나 음식은 늘 냉장고 안에 그득하며,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의학자들은 비만인 사람에게 식사량을 줄이라고 강조하는 대신 헛헛증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블룸 박사는 “비만인 사람은 살이 찌도록 운명지어졌다”면서 “그들에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치료하듯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자들은 소화기관과 지방을 저장하는 장소, 뇌에서 식사와 대사를 관장하는 시상하부 등이 주고받는 신호에 인위적인 변화를 일으켜 허기를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할 약을 개발하고 있다.

살을 빼는 약은 세 가지가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개발 중이다.

1994년 록펠러대의 연구가들은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비만을 해결할 열쇠를 발견했다고 흥분했다. 렙틴이 부족한 쥐는 멈추지 않고 살이 쪘지만 렙틴 주사를 맞은 쥐는 먹는 것을 멈추고 살이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살이 찐 사람도 렙틴이 많이 있고, 이들에게 렙틴을 주사해도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렙틴이 너무 적으면 너무 많은 것보다 더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며 뇌에 지방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뇌는 대사량을 줄이고 음식을 먹도록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렙틴이 살을 뺀 다음 체중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컬럼비아대의 루돌프 라이벨 박사는 비만인 세 명과 다이어트로 정상 체중을 회복한 세 명을 대상으로 시험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라이벨 박사는 “살을 뺀 사람에게 소량의 렙틴을 주사하면 뇌가 지방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속일 수 있다”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혈압이나 혈당을 관리하듯 지속적으로 렙틴을 이용해서 체중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또 다른 비만 관련 호르몬이 밝혀졌다. 위와 소장에서 분비되는 식욕 자극 호르몬 그렐린이 그것이다.

그렐린을 투여하면 심한 허기를 느끼게 돼 평소보다 30%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사 전에는 양이 급격히 늘었다가 식사 후에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혈중 그렐린 수치는 살을 빼면 상승하지만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체중이 줄었는데도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커밍스 박사는 그렐린을 이용한 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틈새 시장을 노리는 일부 소규모 회사는 암이나 에이즈 환자처럼 기력이 쇠진한 환자에게 투여해서 식욕과 체력을 회복하게 하는 약으로 개발하려 한다.

반면 연간 시장 규모가 1억달러(약 1200억원) 이하인 약에 관심이 없는 대규모 회사들은 그렐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커밍스 박사는 “기술적으로 그렐린의 기능을 유지하는 약의 개발이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보다 쉽다”고 말했다.

8월에는 블룸 박사가 식사 뒤 만들어져서 뇌가 ‘먹으라’는 신호를 끄도록 유도하는 ‘PYY’라는 호르몬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을 투여받은 사람은 뷔페에서 평소보다 33%를 덜 먹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효과는 12시간 지속됐다.

또 다른 비만 치료제 후보도 있다. 뇌의 ‘멜라노코르틴 4 수용체’라는 부위를 자극해 식욕을 줄여 살을 빼는 약이다. 그러나 이 약은 동물 실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 못지않게 ‘발기’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커밍스 박사는 “살을 빼면서 발기부전도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없을 때 발기해서 지속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약으로 모든 비만을 해소할 수는 없을 듯 하다”면서 “비만 환자는 여러 약을 복합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처럼 자신의 질환을 ‘치료’가 아니라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http://www.nytimes.com/2002/11/26/health/nutrition/26EAT.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휴일만 되면 몸살 ‘휴일 증후군’▼

휴일만 되면 온몸이 아픈 ‘휴일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영국의 BBC뉴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네덜란드 틸부르그대 연구진이 남성 1128명과 여성 765명을 조사한 결과 3%가 ‘휴일 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는 휴일마다 피로, 근육통, 구역질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감기나 독감 같은 증상들도 휴일에 특히 많이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10년 동안 증세를 안고 살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나 일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휴일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스트레스관리협회의 캐리 쿠퍼 교수는 “휴식은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준다”며 “일의 반복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면 면역체계에 혼란이 오기 때문에 각종 증세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리치료와 심신의학’지에 실렸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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