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가격불만 오픈프라이스제 시행후 급증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인천에 사는 김모씨는 1월초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컴퓨터전문매장에서 PC를 77만원에 구입했다. 구입 당시에는 컴퓨터 가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매장에서 제시한 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으나 이후 다른 매장의 가격표와 비교해보니 10만∼15만원 차이가 났다. 김씨는 “너무 분해 잠도 못 이룰 지경”이라며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고려대 대학원생 오모씨(경제학과 박사과정)는 1월 중순 학교 근처 대리점에서 디지털비디오 디스크 플레이어를 113만원에 구입했다.그런데 최근 용산 등지에서는 90만∼95만원에 팔린다는 것을 알고 대리점과 ‘협상’하려 했지만 대리점에서는 “113만원이 정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9월 오픈 프라이스제 시행이후 소보원 등 상담기관과 단체에 ‘가격관련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스는 가전제품과 스포츠용품 등 12개 품목에 대해 제조업체가 책정한 권장소비자 가격을 폐지하는 대신 판매업체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해 파는 제도. 그러나 권장소비자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충분히 가격을 알아보지 않고 판매업체의 말만 믿고 샀다가 후회하기 십상이다.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상담팀 안현숙과장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어느 기관에서도 할인해주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오픈 프라이스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가격과 관련한 정보를 끊임없이 파악해 유리한 판매처에서 구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에 이상이 있거나 계약조건과 다를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싸다는 이유로 환불을 받거나 계약을 철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통상가격’보다 20%이상 비싸게 받았을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최하가격’이 아닌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격’이기 때문에 환불이나 계약철회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임춘심 교육부장은 “미리 전화로 몇군데 대형 점포의 가격을 확인한 뒤 쇼핑에 나서거나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단이나 가격비교사이트 등을 활용해 가격을 비교한 뒤 가장 싼 곳에서 물건을 사는 쇼핑법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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