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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박한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226〉

    순박한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226〉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배 멈추고 잠깐 묻겠는데,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우리 집은 구강(九江) 강변이에요. 늘 구강 근처를 오가지요.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君家何處住, 妾住在橫塘. 停船暫借問, 或恐是同鄕.…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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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5〉

    모기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5〉

    실컷 먹고 떠나니 앵두처럼 무겁구나. 굶주리고 올 땐 버들솜처럼 가볍더니.먹은 뒤엔 이곳을 벗어나기 바빠서, 제 앞길은 전혀 따지지 않는구나.(飽去櫻桃重, 飢來柳絮輕. 但知離此去, 不用問前程.)―‘모기에 대하여(영문·詠蚊)’ 범중엄(范仲淹·989∼1052)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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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운의 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24〉

    여운의 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24〉

    지난해 오늘 이 집 대문 안, 그 얼굴 볼그스레 복사꽃이 아른댔지. 그사람 어디 갔나 알 길이 없고, 복사꽃만 여전히 봄바람에 웃고 있네. (去年今日此門中, 人面桃花相映紅. 人面不知何處去, 桃花依舊笑春風.) ―‘도성의 남쪽 어느 농장에서(제도성남장·題都城南莊)’ 최호(崔護·772∼84…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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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223〉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223〉

    두견새 소리마저 슬프지 않고, 애끊는 원숭이 울음조차 애절하지 않네.달빛 아래 뉘 집에서 다듬질하나. 소리 소리마다 애간장이 끊어진다.다듬이 소리 이 나그네 위한 건 아니련만, 듣는 나그네 머리카락 절로 하얘진다.그 소리 옷을 다듬질하려기보단, 나그네더러 어서 귀향하라 재촉하는 것인지…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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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까마득히 먼 쓸쓸한 산길, 콸콸 흐르는 차가운 산골짝 개울.재잘재잘 언제나 새들이 머물고, 적적하게 인적이 끊긴 곳.쏴 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펄펄 눈송이 내 몸에 쌓인다.아침마다 해는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한다.(杳杳寒山道, 落落冷澗濱. 啾啾常有鳥, 寂寂更無人. 淅…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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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노나라 땅 노인들 오경(五經)을 논하지만, 백발이 되도록 경전 구절에만 매달린다.나라 경영의 책략을 물어보면, 안개 속에 빠진 듯 흐리멍덩. 발에는 먼길 오갈 때 신는 무늬 새긴 신발, 머리엔 젠체하기 좋은 네모난 두건.느릿한 걸음으로 큰길만 다니고, 걷기도 전에 먼지부터 일으킨다.…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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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늘그막엔 고요함을 좋아할 뿐, 만사에 다 관심이 없다오.스스로를 돌아봐도 좋은 계책이 없어, 그저 옛 숲으로 돌아올 수밖에.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지요.그대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묻지만,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晚年惟好靜, 萬事不關心.…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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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회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19〉

    영웅 회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19〉

    승패는 군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법, 수모와 치욕을 견뎌야 진정한 대장부. 강동 젊은이 중에 인재가 넘쳤으니, 권토중래할는지는 그 누구도 몰랐으련만.(勝敗兵家事不期, 包羞忍恥是男兒. 江東子弟多才俊, 捲土重來未可知.)―‘오강정에서 짓다(제오강정·題烏江亭)’ 두목(杜牧·803∼852)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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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동파와 음주[이준식의 한시 한 수]〈218〉

    소동파와 음주[이준식의 한시 한 수]〈218〉

    근심 걱정 모르는 어린 아들, 앉으나 서나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아이에게 막 화내려는 참에, 철없는 애 아니냐며 마누라가 말린다.애도 아둔하지만 당신은 더하구려. 즐기면 되지 무슨 걱정이시오.이 말에 창피해서 돌아와 앉았는데, 술잔 씻어서 내 앞에 내놓는다.그 옛날 유영(劉伶)의 부인…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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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염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17〉

    농염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17〉

    요사이 대문 앞 개울물 불어났을 땐, 낭군의 배 여러 번 몰래 찾아왔었지요.배가 작아 붉은 장막은 펼칠 수 없고요. 어쩔 도리 없이, 짝을 이룬 연꽃 그림자 아래서 하염없이 슬퍼하고만 있답니다.원컨대 소첩이 붉은 연꽃이 되어, 해마다 가을 강 위에 돋아났으면.낭군 또한 꽃 아래 물결이…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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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인의 ‘유유자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6〉

    어린 시인의 ‘유유자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6〉

    소 타고 저만치 앞마을 지나는 목동, 피리 부니 바람결에 밭 두둑 너머로 들려온다.명리를 좇는 수많은 장안 사람들, 온갖 지혜 다 짜지만 그대만 못하리라.(騎牛遠遠過前村, 吹笛風斜隔隴聞. 多少長安名利客, 機關用盡不如君.) ―‘목동의 노래(목동시·牧童詩)’ 황정견(…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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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덕스러운 과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15〉

    천연덕스러운 과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15〉

    내 나이 여든, 그댄 열여덟. 그댄 홍안이요 난 백발.뒤집으면 그대와는 원래 동갑내기, 우리 사이엔 환갑 하나가 끼어 있을 뿐.(我年八十卿十八, 卿是紅顏我白髮. 與卿顛倒本同庚, 只隔中間一花甲.)―‘무제(無題)’·장선(張先·990∼1078)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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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14〉

    버들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14〉

    장대(章臺)의 버들, 장대의 버들이여. 지난날 푸르름이 지금도 여전한지?그 긴 가지 옛날처럼 드리웠대도, 분명 남의 손에 꺾여 들어갔으리.(章臺柳, 章臺柳. 昔日靑靑今在否. 縱使長條似舊垂, 也應攀折他人手.)― ‘장대류·유씨에게 보내다(章臺柳·寄柳氏)’·한굉(韓翃·당 중엽·생졸 미상)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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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달픈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수]〈213〉

    애달픈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수]〈213〉

    야박한 세태, 사나운 인정, 황혼녘 빗속에 쉬 떨어지는 꽃잎.새벽바람에 말라버린 눈물, 그 흔적만 남았네요.시름을 편지로 쓰려다 난간에 기댄 채 내뱉는 혼잣말.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어요! 우린 남남이 되었고, 어제와는 달라진 오늘, 그넷줄처럼 흔들리는 내 병든 영혼.경보 알리는 싸…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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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곡한 청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2〉

    완곡한 청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2〉

    팔월 호수 물이 언덕까지 넘실대고, 허공을 머금은 채 하늘과 섞여 있네요.수증기는 호면 위로 피어오르고, 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들 듯.건너려 해도 배와 노가 없으니, 한가로운 내 삶이 임금님께 부끄럽다오.앉아서 낚시꾼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일어나는 물고기 욕심.(八月湖水平, 涵虛混太清…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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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믿을 낭군[이준식의 한시 한 수]〈211〉

    못 믿을 낭군[이준식의 한시 한 수]〈211〉

    묻노니 강물과 바닷물이,어찌 낭군의 정, 소첩의 마음과 비슷하리오.믿음직한 조류(潮流)보다 못한 낭군의 정이 한스럽고요,제 사랑에 비하면 바닷물도 깊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借問江潮與海水, 何似君情與妾心. 相恨不如潮有信, 相思始覺海非深.)―‘낭도사(浪淘沙)’·백거이(白居易·77…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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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210〉

    어떤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210〉

    영남 밖으로 내몰려 가족과 소식 끊기고, 겨울 나고 또다시 봄이 지나네.고향 가까워지자 한결 두려워지는 심정, 그곳서 온 사람에게 차마 집 소식 묻지 못하네.(嶺外音書斷, 經冬復歷春. 近鄉情更怯, 不敢問來人.)―‘한수를 건너며(도한강·渡漢江)’·송지문(宋之問·약 656∼712)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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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독한 형제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09〉

    돈독한 형제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09〉

    성군의 은덕 하늘 같아서 만물에 봄기운 가득한데, 이 몸만은 우매하여 스스로를 망쳤구나.제 명도 못 채우고 죗값을 치를 처지, 여남은 가족 갈 데 없으니 네게 누가 되겠지.어느 청산에든 내 뼈야 묻히겠지만, 언젠가 밤비 속에 너 홀로 상심하고 있으리.너와 함께 세세손손 형제가 되어, …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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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지로 시를 짓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8〉

    억지로 시를 짓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8〉

    따스한 강변 정자에 엎드려, 느릿느릿 시 읊으며 들판을 바라본다.강물 흘러도 겨루고픈 생각이 없고, 구름 떠 있으니 마음 함께 느직하다. 가만가만 봄날은 저물어가는데, 생기발랄 만물은 저 홀로 활기차다.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신세, 시름 잊고자 억지로 시를 짓는다.(坦腹江亭暖, …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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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내기 풍류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207〉

    풋내기 풍류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207〉

    포도주, 금 술잔. 작은 말에 실려 온 열다섯 남방 미녀.검푸른 눈썹 화장, 붉은 비단 신발. 말소리 투박해도 교태로운 노랫소리.이 화려한 연회에서 내 품에 취했으니, 연꽃무늬 휘장 안에서 내 그대를 어찌할거나.(葡萄酒, 金叵羅, 吳姬十五細馬馱. 青黛畫眉紅錦靴, 道字不正嬌唱歌. 玳瑁筵…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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