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떠도는 은어 속어 “그게 이런 뜻이죠”

  • 입력 2002년 5월 23일 17시 25분


“아무개가 ○○종목을 샀는데 ‘열 따블’ 났대.”

“뭐가 났다고?”

“열 따블. 주가가 열 배로 뛰었다고.”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증시에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도저히 알아듣기 힘든 은어나 속어들이 종종 사용된다.

통상 ‘주가가 몇 배로 뛰었다’는 얌전한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고 ‘몇 따블 났다’고 표현한다. 따블은 영어로 두 배를 의미하는 더블(Double)을 강하게 발음한 말. 주가가 두 배로 올라 ‘따블 났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세 배로 오르면 ‘트리플 났다’고 하지 않고 ‘세 따블 났다’고 말한다. 다섯 배 오르면 ‘다섯 따블’, 열 배 오르면 ‘열 따블’이다.‘더블이 됐다’나 ‘더블로 올랐다’ 대신 ‘따블 났다’라고 하는 것처럼 증시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서술어도 적지 않다.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 상한가를 ‘쳤다’고 한다. 반면 하한가는 ‘맞았다’라고 받아야 제격이다.

‘올 바이(All Buy)’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동시에 한 종목에 대해 매수 추천을 할 경우를 말한다.

한국 증시는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편. 이런 영향 탓인지 증시에서는 아직도 일본어가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된다.

봉차트(주가 등락을 막대 모양으로 표현한 차트)에서 전형적인 하락장 신호로 사용되는 흑삼병(세 번 연속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파란색으로 표현하는데도 굳이 이를 흑(黑)삼병이라고 한 것은 과거 일본 증시에서 주가 하락을 검은 색으로 표시했기 때문.

마바라는 일본어 원뜻(소액거래자, 뜨내기 투자자)과 달리 애널리스트나 투자 상담자 중 그럴듯한 말만 많이 하는 사람, 실력은 없으면서 아는 체만 하는 사람을 비꼴 때 사용된다.

증권업협회 김명기 상무는 “증시는 큰돈이 오가는 살벌한 곳이어서 그런지 표현도 몹시 억세고 강한 편”이라며 “용어 순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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