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테이프 파장]청와대에 직격탄… 사실땐 정권 흔들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24분


DJ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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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지난달 14일 검찰 출두를 앞두고 녹음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새로운 파장이 일고 있다.

테이프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청와대가 자신의 밀항을 종용했다는 얘기를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에게 전해들었다는 것. 또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홍걸씨에게 수표로 3억원을 건넸는데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니 검찰 소환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최씨는 또 청와대 대책회의에 이만영(李萬永) 대통령정무비서관과 최 전 과장, 2명의 국정원 직원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도 청와대의 밀항 권유설을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일단 최씨를 상대로 녹음 경위와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 관련자 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출두 직전에 흥분된 상태에서 녹음한데다 최씨의 성격이 과장이 심하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테이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최씨의 주장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평소 모든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메모하거나 녹음해온 최씨의 습관에 비춰보면 상당 부분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씨가 김현섭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구술한 부분에는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물론 휴대전화번호까지 적시돼 있다. 김 비서관도 최씨가 전화를 걸어 소환 일정 연기를 요청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일부 관련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거나 내용이 왜곡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확인을 위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최씨가 실제로 홍걸씨에게 3억원을 건넸다면 이는 홍걸씨가 최씨의 이권 개입 배경이었다는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또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 밀항 종용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통령 아들이 개입됐다는 이유로 권력 핵심부가 총동원돼 조직적인 범죄를 모의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이며 정권에도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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